[가볼만한곳] 끝없이 펼쳐진 은빛 눈의 세계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58분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던가！"
남한에서 가장 넓은 목초지인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
600만평에 달하는 이 고산 구릉 지대가 최근 내린 기록적인 폭설 덕분에 장엄하고도 이국적인 설경을 빚어내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이 탄성을 지르고 있다.
하얀 구릉들이 광활하게 펼쳐진 장면은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오는 시베리아 설원을 연상 시킨다.
혹독한 추위에 소들도 우사에 틀어박혔고, 한길 넘는 큰 눈에 길마저 막혔지만, 요즘엔 부쩍 겨울나그네들의 발길이 잦다.
설경을 필름에 담으려는 사진작가, 등산객, 그리고 스키 산행을 시도하기 위해 찾아든 산악 스키어들이다.
대관령 목장 주변의 설경은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의 입자들, 골짜기를 타고 불어온 바람이 눈위에 새겨놓은 온갖 형상의 몽환적인 무늬, 그리고 산 전체를 감싸고 있는 백색의 적막감….
아마추어 작가인 김영옥씨(여．28)는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휴가를 내고 달려왔다"며 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눈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산악인들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와 눈보라속에서도 러셀(눈을 헤쳐 길을 뚫는 작업)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린다.
북한산 백운대와 맞먹는 해발 850m지점부터 시작되는 삼양목장 뒷산은 해발 1,000m대의 백두대간 황병산∼선자령∼대관령 구간.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4∼5시간씩 헤치고 소황병산 능선 동해전망대에 오르면 주문진, 강릉과 함께 푸른 동해가 보인다.
매년 이맘때면 눈소식을 학수고대하다 찾아오는 산악 스키어들은 깊은 눈위를 떠다니 듯 산책한다.
뒤꿈치가 들려 눈언덕을 걸어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리힐 바인딩을 부착한 산악 스키는 이곳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이동 수단.
길은 따로 없다. 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길이다.
산악 스키 마니아인 박규동씨(와일드스포츠클럽 회장)는 "우리나라에서 산악 스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너무 아름다워 혼자 보기 아깝다"며 선자령쪽으로 방향을 잡고 새 눈위에 스키 자국 두줄기를 길게 남기며 지쳐 나갔다.
■삼양목장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인터체인지를 통해 횡계리까지 들어간 후 횡계다리 직전에서 용평리조트와 반대 방향(북쪽)으로 좌회전. 영동고속도로 아래로 난 굴다리를 통해 2㎞ 남짓 들어가 횡계2리 마을회관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2㎞쯤 더 올라가면 삼양목장 경비실.
목장은 사유지이므로 이곳에서 반드시 통행 허가를 받아야 하며 차도 이곳에 세워 두는 것이 좋다.
계곡을 따라 2단지쪽 길은 소황병산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 소황병산까지 약 9㎞. 동해가 보이는 전망대에 가려면 1단지를 거쳐 직진하면 된다. 전망대까지는 6㎞ 거리.
황병산 정상에 가려면 진부 방면 차항에서 곧바로 정상까지 이어진 차도를 이용해도 좋다. 다만 지금처럼 눈이 많을 때는 차를 타고 오르기가 어렵다.
[소황병산(대관령)=송철웅 기자]
■횡계의 먹거리
◀횡계식당(0374－35－5481)＝오삼불고기(1인분 6천원)
◀용평회관(35－5217)＝생태찌개(2만5천원)
◀대관령 숯불회관(35－0020)＝강릉 한우 등심(1인분 1만3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