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레] 예술공연 즐기며 와인 한잔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58분
최근 서울 삼청동에 보기 드문 카페가 생겼다.
`문화 카페'의 주제를 내건 `끌레'. 끌레(Cle)는 프랑스 말로 열쇠란 뜻이다.
총리공관 입구 왼쪽 골목. 경찰이 24시간 지키는 곳이라 야간 분위기는 으스스(?) 하지만, 끌레 안에 들어가면 마음이 풀어진다.
살림 골목 지하실에 40여평 너른 쉼터. 언제나 재즈음악이 흐른다. 오디오는 워낙 `거물급'이라 소리가 빵빵하다.
벽과 기둥에는 동－서양의 옛날식 살림살이가 사이좋게 빼곡하다. 무려 300여점의 잡동사니. 2차대전때 U보트용 전화기나 70살이 넘은 진공관 라디오 등 대부분의 소품은 지금도 틀면 작동한다.
끌레는 시도때도 없이 예술공연을 한다.
구석에는 작은 공연무대. 김대환씨의 타악기연주, 무세중씨의 행위예술, 임동창씨의 피아노연주, 강태환씨의 섹소폰연주 등 유명인들의 무대.
끌레의 주인 문순우씨는 제법 알려진 화가요, 사진작가. 자연 명사교류가 많아 누구나 유명인사와 악수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끌레의 차림표에는 차와 와인이 주력이다.
특히 와인은 프랑스유학파인 주인이 다른 집보다 싸고 가짓수도 많게 갖다놓는다고 신경쓰는 부분이다. 독특한 프랑스풍 치즈안주는 적당히 무료.
끌레는 `멤버십카페'이다.
20만원이나 30만원의 연회비를 내면 주인이 회원에게 열쇠를 준다. 일종의 콘도 분양을 닮았다.
회원에게 주는 가장 큰 특전은 두달에 한번쯤 끌레의 `진짜' 주인이 된다는 점.
카페의 1일 주인이 되어 매상의 20%를 부수입으로 챙길 수 있다. 여름과 겨울의 회원가족잔치에 나가고, 생일에 고급 샴페인을 거저 터뜨리고, 음식값이 20% 깎이고, 각종 끌레 문화행사에 무료 초대된다.
회원중에는 명사들이 꽤 많다. 물론 여선생 직장인 등 일반인도 고루 포진. 50명으로 마감한다는 회원 잔여분은 10명쯤 남았다. (02)734－7752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