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술자리도 복고풍 막걸리 인기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58분
밥술자리에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비싸고 독한 술 대신 값싸고 먹기 편한 막걸리를 찾는 회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원래 막걸리 한사발이면 10리길을 간다. 그만큼 열량이 풍부. 곧잘 공기밥을 대신해 일명 `술밥'으로 통한다.
요즘은 몸에 좋다는 입소문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자기 몸은 확실히 챙긴다'는 신세대층에 막걸리 애호가들이 급증한다는 소식.
최근 PC통신망에 뜬 `막사모'(막걸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대표 시삽이 20대초반의 여성이고 대부분의 회원이 20대여서 화제를 모았다.
홍어 돼지 두부 녹두 고추 등은 막걸리와 찰떡궁합. 신선한 막걸리에 곁들이면 다음날 숙취가 전혀 없다. 설날 전후의 밥술자리에서는 막걸리가 맛있는 집엘 찾아가자.
▲홍어 궁합
탁주와의 천생연분임을 가리켜 `홍탁'이라 했다.
서울 중구 인현동 풍전호텔과 진양상가의 중간쯤 일명 인쇄골목 초입에 있는 `신토불이 식당'(273－3789)은 홍어회와 홍어찜이 막걸리 밥술자리를 빛낸다.
삭힌 홍어의 냄새가 만만찮아 안먹던 사람도 막걸리 한사발이면 단숨에 홍어회를 씹는다. 홍어 장맛은 무려 4가지.
초보자는 냄새를 없앨겸 막걸리와 어울리는 고추초장에 찍어먹는다. 중급자는 고추소금을 애용. 된장에 찍어먹는 사람은 `뭘 좀 아는' 사람이고, 고추냉이(와사비)를 홍어회에 바른뒤 간장에 찍어먹는 사람은 식도락가급이다.
1주일 자연풍에 삭인 홍어는 양이 많기로 소문나 1만5천원짜리 소자만 시켜도 3∼4인이 거뜬하다. 단골들은 같은 값에 홍어회와 찜을 반씩 푸짐하게 섞어달라고 주문. 별미인 홍어탕(1만원)도 있다.
▲통돼지 궁합
나물먹고 탁주마시고 팔베개하던 시절에는 돼지살 한점에 막걸리가 한되였다.
서울 강남구 잠원동 `곰바우'(545－7780)집에선 제주도 통돼지를 구워먹는 탁주 맛이 꿀맛이다.
신사동4거리에서 제일생명4거리쪽으로 100여@ 올라가다 현대산업개발 건물 뒤편에 있는 곰바우집은 소주회사가 이름이 같다고 소주값을 1천원 싸게 팔아주는 곳. 주인 내외가 야밤에 광주로 직접 가서 1마리씩 잡아온다는 한우갈비살에는 소주가 어울린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도장 찍어 날라오는 `통도야지'의 숯불구이(1인분 6천원) 앞에는 탁주가 단연 압권이다.
곰바우집의 탁주는 친척의 양조장에서 매일 적당량 실어나르는 옛날식 동동주. 막걸리와 진배없다. 고추게장 역시 막걸리 궁합용 밑반찬이다.
▲두부 궁합
구기터널에서 세검정 방향 아래쪽으로는 소문난 두부집이 몇집 있다.
그중 `옛날민속집'(379－7129)은 경기도 포천의 유명 양조장에서 날마다 대준다는 쌀막걸리가 시원하다.
북한산 기슭을 내려온 등산객들이 약수물처럼 마시는 술밥이다. 막걸리 한사발에 2천원짜리 손두부 1접시를 비우면 세상이 안부럽다는 표정들.
뒷끝이 없기로 소문난 이집 쌀막걸리는 콩비지돼지고기찌개(4천500원)와도 궁합이 잘맞는다. 멧돌로 직접 갈아낸 콩비지에 돼지고기와 김치 등을 썰어넣었다.
고추와 두부가 어우러진 고추장두부찌개(4천500원)도 막걸리 인기 품목.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