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착각은 자유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58분
미국의 보스턴에 갔다가 감동적인 얘기를 들었다.
집의 벽에 칠을 새로 하고 지붕을 고치고 무엇보다도 오래 쌓인 구질구질한 쓰레기를 열심히 치우는 사람이 있길래 `아, 저 집에 새 주인이 이사를 오는구나！'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란다.
그 사람은 지금껏 그 집서 살다가 이사를 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새 주인이 가뜩이나 바쁠텐데 청소하고 집 고치는 수고까지 끼치게 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보스턴 시민들 참 양반이다.
김영삼 정부가 만기가 돼서 곧 이사를 나가야 한다.
김대중 정부에게 물려 줄 것은 깨끗하게 비운 청와대 뿐만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IMF는 어쩔 수 없는 `빚 떠 넘기기'라 해도 사회 곳곳에 버려져 있었던 구질구질한 쓰레기는 치워줘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극악범죄자로 사형이 확정됐던 20명 이상을 무더기로 집행한 것은 차기정부에 부담을 안겨주지 않으려는 `내 손에 피묻히기'로 봐야 하나.
`사형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보스턴이 어떻고 정부이양이 어떻고… 서론이 길었다.
전기가 여유가 있는 나라에서는 사형집행 때 우리나라와 달리 전기 의자를 쓴다지. 미국같은 나라에서나 있음직한 야그.
천인공노할 죄를 지은 인간쓰레기가 드디어 전기의자에 앉을 날을 맞았다.
그 쓰레기가 의자에 앉더니 갑자기 집행교도관에게 말했다.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어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아직 살아 있는 사람 소원 하나 못 들어 줄까_ 생각해 집행관은 말했다.
"회개하는 기도를 하고 싶나?"
집행관이 담배를 피우며 그를 바로 보고 있자, 쓰레기는 천장의 전등에서 전구알을 빼내더니 그 곳에 맨 손을 넣는 것이었다.
소금 만난 미꾸라지처럼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이를 악무는 인간 쓰레기.
`자신을 참회하기 위한 마지막 행동인가 보군！' 이렇게 생각한 집행관은 말했다.
"너무 자학하지 말게！ 사람은 정도 차이가 있지만 다 죄를 짓고 사는거야 그리고 곧 무지하게 짜릿짜릿한 전기를 맛 볼 수 있을 걸세！"
그러자 인간 쓰레기 피식 웃으며 하는 말.
"난 지금 전기에 대한 내성을 기르고 있는 중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