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환율급등으로 미국 가족에 송금액 줄어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58분
지난 17일 한 국립 공연단체의 L단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달 1일자로 임명됐으니 17일만이다. 단원들이 단장으로 추천했을만큼 신망이 높았지만, 단 한번의 공연도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전후 사정은 이렇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그는 신임단장으로 임명되자마자 귀국, 단장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 10일 잠시 출국했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가 DHL로 뜻밖의 서류를 보내왔다. "개인사정으로 단장 및 예술감독직을 수락하지 못하게…'하는 내용의 사직서였다.
L씨의 `개인사정'은 돈. 정확하게 말하면 환율 때문이다.
이 단체 단장직의 연봉은 4천만원 정도다. 1천 700원의 환율로 계산해서 2만3천530달러. 문제는 그가 한국에서 미국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해야 하는데서 발생했다. 단장직 제의가 있었던 지난해 말에 비해 연봉이 절반 가까이 깎인 것이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그로서는 큰 경제적 손실이었고, 고민 끝에 단장직을 포기했다. 환율이 단장직을 빼앗아 간 셈이다. IMF시대의 우울한 삽화 한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