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18)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58분
호랑이나 사자 등 맹수들은 순발력에 비해 지구력이 떨어진다.
사냥을 할 때도 노루나 얼룩말 등이 꽁지 빠지게 달아나면 할 수 없이 또다른 먹이를 찾아나서야 한다.
이런 까닭에 넓은 초원에 사는 사자는 무리생활을 하며 단체로 팀워크를 이뤄 사냥에 나서고, 산간지방의 호랑이는 기습에 이은 한방 승부로 먹이감을 쓰러뜨린다.
조물주는 공평하게도 맹수에게는 날카로운 이빨을 준 대신 지구력을 허락하지 않았고, 연약한 초식동물에게는 빠른 발과 지구력으로 목숨을 지키도록 배려한 셈이다.
사파리의 사자나 호랑이가 싸움을 할 때 한방에 승부가 나는 일이 거의 없는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물론 플라이급과 헤비급처럼 워낙 차이가 나는 싸움이라면 금방 끝나겠지만 비슷한 덩치끼리의 대결에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당쇠와 팔철의 왕위 쟁탈전도 그랬다.
당장은 누군가가 조금 불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승부가 금방 나는 것은 아니다.
마당쇠와 팔철은 으르렁거리며 서로 노려보았다.
둘의 입에서는 더운 입김이 거칠게 뿜어져나왔다.
마침내 팔철이 발로 마당쇠의 앞가슴을 찍어누르려는 순간 쌍대가 몸을 날렸다.
마당쇠가 가장 걱정하던 1대2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마당쇠가 모든 것을 포기하는 순간 팔철이 저만큼 나가떨어졌다.
쌍대가 마당쇠가 아닌 팔철에게 `몸통박치기'를 날린 것이다.
쌍대의 덩치가 비록 팔철보다는 작지만 달려오던 가속도가 더해진 만큼 대포알과 다름없었다.
쌍대의 가세로 싸움은 복잡하게 뒤엉켰다.
밑에 깔렸던 마당쇠는 잽싸게 일어났지만 전혀 예상 밖의 사태를 이해하지 못해 멈칫하고 있었다.
마당쇠보다 더욱 당황한 것은 팔철이었다.
팔철은 대포알을 맞은 충격보다는 대포알이 쌍대였다는 사실 자체에 더욱 놀랐다.
왜 쌍대는 팔철에게 대포를 쏘았을까.
마당쇠로 착각한 것일까.
아니다.
쌍대에게는 또다른 사연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