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 잡은 고기를 놓쳤어…'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01분
요즘 삼성 김호 감독（54）은 비탈리（28．우크라이나．전북）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그를 영입하기 위해 온갖 힘을 쏟았고 구두계약까지 성사, 손만 잡으면 되는 단계에서 뜻하지 않은 IMF `복병'에 걸려 비탈리가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김호 감독이 비탈리에게 구애를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초.
파괴력과 근성을 갖춘 그를 10（골）－10（도움）클럽을 창설한 라데（전 포항） 이후 최고의 용병 골잡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적재적소에 볼배급을 하는 게임메이커의 도움이 없어 전북에서 부진한 성적을 면치못하던 그를 바데아나 고종수와 조합, `환상의 커플'을 탄생시킬 계획이었다.
스트라이커가 없어 애를 태우던 김호 감독의 입장에선 타는 목마름을 해결해줄 가장 신선한 청사진이었다.
이런 강력한 김 호 감독의 의지탓에 비탈리 수입절차는 급박하게 진행됐고 지난 10월말 70만달러에 구두계약을 했다.
그러나 곧바로 닥친 IMF 한파로 환율이 급등, 다시 원화로 재계약 협상에 들어갔고 최근 약 6억원에 비탈리를 데려오기로 확약을 받았다.
하지만 `산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모기업인 삼성이 경기침체에 따른 긴축재정으로 구단에 지난해 대비 30％ 예산삭감을 통보했고 결국 비탈리 영입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올해 김 호 감독은 골결정력 부족으로 다 이긴 경기를 놓칠 때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비탈리의 `잔영(殘影)'을 지울 수 없을 듯하다.
[전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