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권오인 2단●서봉수 9단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01분
제3보(31∼46)＝최근 바둑계엔 `단위파괴' 바람이 불어닥친 지 오래다. 초∼2단의 저단기사들이 8∼9단의 고단기사를 이기는 일이 더이상 이슈가 되지 못한다. 현 우리바둑계의 정상인 이창호, 유창혁 9단이 갓 입단했던 시절인 80년대 중반 만해도 이들이 고단기사들을 꺾을 경우 화젯거리로 집중조명을 받았다.
90년대 들어 연구생출신의 신예 유망주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저단진의 득세가 가시화돼 갔으며 아울러 단위에 대한 무감각증이 팽배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성을 띤다. 다시말해 이 판처럼 입단 3년차인 풋내기와 서 9단의 대결에서 만의 하나 서 9단이 패한다는 시나리오가 연출된다면, 그것은 아무리 `단위파괴'시대라 할지라도 핫이슈가 아닐 수 없는 사건(?)인 것이다.
전보 백 △의 완착으로 흑 31을 두게 되어서는 흑이 원하는 대로 된 모습. 우변에서 뭔가 `일전'이 벌어질 것을 기대했던 관전자의 눈엔 싱겁기 짝이 없다. 어쨌든 흑에 편한 바둑이 되었다. 또한 백 △의 후유증은 백 32에서도 나타난다.
백 32는 실리도 세력도 아닌 어정쩡한 벌림이지만 이런 정도. [참고도] 백 1 벌림이 정수이자 모양이지만 흑 2가 좋은 대응으로 다음 백의 응수가 여의치 않다. 백 3은 어쩔 수 없으나 흑 4에 백은 5로 물러설 수 밖에 없는 것이 쓰라리다. 6의 곳에 반발하다간 흑 5면 백말 전체가 엷어져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흑은 가벼운 손놀림으로 33∼39까지 좌변 신천지 개척에 나섰으며 다음 백 40도 시급한 침입.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곳이다. 45까지 조용한 흐름에 백 46이 찬물을 끼얹었다. 한판 붙어보자는 신예다운 패기인데 노련한 서 9단이 어떻게 대응할지….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