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정벌(20)_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01분


남송의 양희제치대사 이정지는 강릉(江陵)에 주둔하고 있었고 그의 명을 받아 기병 5만과 보병 5만을 거느리고 진격해온 장수는 대장군 장세걸이다.

비록 몰락해 가는 남송 제국이었지만 장세걸은 지용을 겸비한 장수였고 휘하 장졸들도 용맹하여 이미 원제국의 척후기병단 3천을 삽시간에 깨뜨려 사기도 높았다.

마상에 앉아 산기슭을 돌아가는 그에게로 근위장수가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왔다.

"대장군께 아뢰오. 척후에서 전령장교가 왔소이다."

"부르라."

행군중이었으므로 기병 사이를 헤치고 땀과 먼지로 범벅이된 전령장교가 다가와 예를 올렸다.

"대장군, 궁곡의 입구에 기병 2만 정도와 보명 4만이 막고 있소이다. 뒤쪽의 본진에는 보기(步騎) 5만 정도의 병력이 본진을 이루고 있소이다."

"바얀이 궁곡을 비워둘리가 없다."

쓴웃음을 지은 장세걸이 물었다.

"어느 행성의 군사더냐?"

"선봉은 요양행성군이었고 중군이 감숙행성군 이었소이다. 후방의 치중대는 고려군이오."

"윤의충을 선봉으로 내세웠구나."

장세걸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셔졌다.

"이이제이로 여진군을 이용하여 우리를 막으려는 수작이다."

옆에서 그말을 들은 부도독 방요가 나섰다.

"대장군, 윤의충이 채번의 밀사를 베어 두마음이 없는 것을 보였지만 바얀이 의혹을 거둘리가 없소. 궁곡을 피해 뒤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장세걸의 시선을 받은 그가 바짝 말을 붙였다.

"비록 백리길을 돌아 강을 끼고 가는 위험이 있으나 몽골군은 선후가 바뀔것이 분명 합니다. 그렇게 되면 카라차르의 감숙행성군과 고려군이 우리를 맞게될 것이오."

장세걸이 머리를 끄덕였다. 강안을 돌아 궁곡의 뒤쪽을 질러 간다면 윤의충의 여진군은 자연히 후미가 된다. 방요는 모사였다.

"그렇군. 우리가 일부러 여진군과의 교전을 피하려는 것으로 알게 되겠다."

"그렇소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지요."

머리를 끄덕인 장세걸이 영을 내렸다.

"궁곡의 뒤를 돌아 번성으로 간다. 선봉에게 알리도록."

본진의 전령이 사방으로 뛰었고 진군의 속도가 빨라졌다.

10만의 대군인 것이다. 선봉은 기병 1만을 이끈 운용이 맡았으며 중군은 기병 4만으로 마치 노도와 같이 밀려가는 중이었다.

"장군, 하귀의 군세가 보입니다."

근위장수가 손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켰다. 지평선 쪽에서 자욱한 먼지구름이 일어나고 있었다.

기병단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장세걸이 머리를 끄덕였다.

번성에서 보낸 지원군이다. 하귀는 오래전에 쿠빌라이의 심복무장이었던 우랑하다이의 근위군을 격파하여 용명을 날린 남송의 장수이다.

그가 장세걸의 군세를 맞으려고 기병 3만을 이끌고 오는 것이다.

"잘 되었다. 이젠 이 군세로 바얀의 본진을 깰수도 있겠다."

장세걸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하귀는 몽골군의 포위망을 뚫고 멀리 돌아온 것이다.

본진의 옆쪽을 행군하던 기병단이 함성을 질렀다. 하귀의 군세를 환호하며 맞는 것이다.

이제 군세는 기병만 8만의 대군이 되었다. 근래에 보기드믄 대규모 기병단이었다.

남송의 운명이 이 군세에 달렸다고 해도 관언이 아닌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