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잔치]'자주색 군단' 경희대, 5년만에 연세울렸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01시 09분
프로농구단들로부터 꾸준히 감독직을 제의받고 있는 경희대 최부영 감독은 특유의 걸쭉한 입담으로 구애를 일축해버리곤 했다.
"연세대를 한번 이겨보기 전까진 꼼짝도 안할겨."
22일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벌어진 엔케이텔레콤배 97∼98농구대잔치 남자부 경희대와 연세대의 결선리그.
종료버저가 울려퍼지는 순간, 방금 전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최감독의 눈동자가 어느덧 뿌옇게 흐려졌다.
그리고 흐린 시야엔 `경희 75－71 연세'라고 새겨진 스코어보드의 잔영만이 남아있었다.
지난 85년 모교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최감독의 경희대가 연세대를 꺾은 것은 92년 11월 가을철대학연맹전 때가 처음이며 역대 농구대잔치에서는 전패.
고려대는 심심찮게 꺾어봤지만 연세대와의 경기는 다잡았다 싶다가도 막판에 뒤집히곤 했다.
"서장훈이 연세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무대인 올 농구대잔치를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될 것 같아 전날 밤을 하얗게 지샜다"는 최감독이 뽑아든 카드는 박스 앤드 원(Box & One).
연세대 3점슈터 조상현(18득점)을 양은성(13득점．3점슛 3개)으로 하여금 집중마크시키고 골밑의 서장훈(19득점． 10리바운드)에게 볼이 투입되면 다른 4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에워싸는 전술로 이날 만큼 위력적인 때도 드물었다.
또 휘문고 재학시절 1년 선배인 서장훈에게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윤영필(20득점． 4리바운드)도 아낌없이 온몸을 던졌고 70－63으로 쫓기던 종료 1분11초전엔 김성철(10득점． 6리바운드)이 연세대의 추격에 쐐기를 박는 외곽슛을 적중시켰다.
한편 여자부 풀리그서는 삼성생명의 정은순이 농구대잔치 출전 10년만에 개인 통산 2천 리바운드를 달성하며 국민은행을 64대60으로 제압, 6승1패를 마크했다.
◇23일째 전적(22일．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남자부 결선리그
경희대(3승) 75－71 연세대(3승1패)
▲여자부 풀리그
삼성생명(6승1패) 64－60 국민은행(2승4패)
▲여고부 풀리그
선일여고(4승1패) 74－67 기전여고(1승4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