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20)내시
기사입력 1998년 01월 22일 15시 26분
요즘 TV드라마 `용의 눈물'을 보면 조선조 내시로 분장한 탤런트 김성찬과 손영춘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두 사람은 세자와 중전을 감시하는 `최내관' 역으로, 동궁전에서 양녕의 그림자 역할을 맡은 `노분' 역으로 출연하면서 내시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사극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내시들은 대부분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다. 먹고살기 힘들어 스스로 `남성'을 거세하고 내시가 된 것이다. 국가에서 중죄인을 거세하여 내시로 공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거세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남근을, 하나는 고환을 자르는 것이었다. 효자동 근처에 모여살던 조선조의 내시들은 갑오개혁을 겪으면서 역사에서 사라졌다.
고려 때는 어릴 때 성기를 개에게 물린 사람들이 내시가 되곤 했다. 민간에서는 어린애의 똥을 뉘면서 개에게 받아먹게 하곤 했는데, 성질 급한 개가 실수로 엉뚱한 것까지 먹어치우는 경우마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아마 똥개 한마리 때문에 내시가 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고려사' `열전'에는 요행을 바라는 자들이 내시가 되려고 일부러 고환을 없애는 일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한다.
신라 때도@내시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내시의 원조는 중국의 환관이다.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의 이나미 리츠코 교수는 `사치향락의 중국사'（도서출판 차림）라는 책를 통해 환관들에 대한 얘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환관은 3천년 전인 은왕조 때 나타나 20세기초 청왕조가 망할 때까지 그 명맥을 유지했다.
중국 황실은 이민족 전쟁포로나 죄수들을 거세하여 궁내에서 노역을 시켰는데 이들이 환관의 시초다. 처음에는 이렇게 `노가다'에 불과했던 환관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권력에 빌붙어 권세를 부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자궁（自宮:스스로 거세하는 것）하는 자들이 나타났다.
환관 가운데는 황제마저 좌지우지하던 자마저 부지기수였다. 환관이 특히 날뛰던 시대는 후한（25∼200）, 당（618∼907）, 명（1368∼1644） 등 세 왕조였다.
환관들은 밤의 기쁨이 없어서인지 극도의 사치를 부렸다. 환관 가운데는 황제 버금가는 향락을 즐기던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히 고려 때는 그 폐해가 극심했는데, 의종 때의 내시 정함은 200여 칸이 넘는 대저택에 살며 호화롭게 살았다.
그러나 내시와 환관들의 운명은 비극으로 끝나기 쉬웠다.
`용의 눈물'에 나오는 두 내시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예정이라고 한다. 김성찬은 이방원의 첩자노릇을 하다 양녕에게 맞아죽고, 손영춘은 폐세자가 된 양녕과 함께 대궐을 떠나는 최후를 맞을 예정이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