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IMF는 미인을 싫어한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22일 15시 26분
IMF 한파로 미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경제여건이 악화돼 멋부린 여성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아지면서 여성들이 멋내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예년 이맘때면 한겨울에도 울트라미니스커트에 부츠 차림으로 컬러콘택트렌즈를 끼고 야한 화장을 한 여성들로 활기를 띠었으나 올해는 을씨년스럽다.
직장인 박승호씨（30）는 "미인 구경하는 재미에 가끔 `아이쇼핑'을 가곤 했는데 요새는 눈이 번쩍 뜨일만큼, 멋부린 여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나이트클럽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해까지만해도 모피를 걸친 20대 여성이 스테이지를 활보하는 일이 흔했지만 올해는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서울 S호텔 나이트클럽의 한 종업원은 "단골 손님의 옷차림이 불과 몇달새 확 달라졌다"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모피마저 겨우내 썩여 두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색색깔의 컬러콘택트렌즈나 헤어마스카라로 멋을 낸 여성도 없어졌다.
지난해 가을까지도 파란색 컬러콘택트렌즈를 끼거나 빨간색 헤어마스카라를 발라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여성들이 겨울이 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까만눈, 까만머리로 되돌아갔다.
대학생 김희영양（22．한성대 3년）은 "지난해 가을에 큰 맘 먹고 컬러콘택트렌즈를 구입, 끼고 다녔는데 요즘은 빼고 다닌다"며 "회색빛 세상과 아랑곳없이 나 혼자 파란눈을 하고 멋을 냈다가 주변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화장품 값을 줄이기 위해 피부를 보호하는 기초화장품만 바르고 색을 내거나 입체감을 주는 화장품은 기피해 여성들의 화장이 훨씬 옅어졌다.
성형수술로 미인 대열에 입문하려던 여성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방학에 졸업입학시즌까지 겹쳐 예년 이맘때면 성수기 특수를 누렸던 성형외과 의원들은 수술비를 깎아주거나 내과, 비뇨기과 등으로 진료 범위를 넓히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평생반려자를 만나러 나가는 자리에서도 여성들의 옷차림은 수수하기만 하다.
미팅알선업체 （주）듀오 정성한사장（37）은 "올들어 행사에 참가하는 여성들의 복장이 눈에 띌 정도로 검소해졌다"며 "남성참가자들이 짙은 화장에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여성 보다 옅은 화장에 수수한 옷차림을 한 여성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