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작은 아이디어도 경제살리기 큰힘'
기사입력 1998년 01월 22일 15시 26분
지난 한햇동안 4천건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내놓은 사람이 있다.
현대중공업 중장비 가공부에 근무하는 황인주씨（32）.
지난해 모두 3천700여건의 제안을 내놓아 지난 96년에 이어 2년 연속 사내 제안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지난 1년동안 제안한 건수는 하루 평균 10여건.
이가운데 생산 현장에 활용된 것 만도 무려 900여건으로, 1억3천여만원의 경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
앞으로 현대중공업 전 생산부문으로 확대될 경우 그 효과는 엄청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특히 건설 중장비인 휠로다의 운전석과 본체의 조립 공정을 종전의 5시간에서 15분으로 크게 단축시킨 아이디어는 최고의 걸작으로 사내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
그가 이토록 제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85년 충남 장항공고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후 이듬해 전국기능경시대회 판금부문에 출전, 금메달을 차지해 세계 기능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두었으나 두명이 겨루는 최종 평가전에서 아깝게 탈락한 것.
그 충격으로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그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생겼다.
지난 95년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료가 전국 제안왕으로 선정된 것.
"그동안 너무 무사안일하게 지내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후 사내 제안왕을 목표로 아이디어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항상 수첩을 지니고 다니며 작업도중 느끼는 문제점이나 개선사항을 메모하기 시작한 것.
이같은 일은 집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기 일쑤.
휴일날 조차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가족들로부터 원성을 듣던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 흔한 놀이공원에도 가본 적이 드물고 외식은 자장면으로 때우는 게 고작이라는 것.
이런 열성 탓에 하루 50여건에 이르는 아이디어를 짜낸 적도 있단다.
하지만 이제 가족들은 이런 그의 열성을 이해하고 같이 머리를 맞대어 아이디어를 짜내는 열렬한 동지가 됐다고.
지난 95년부터 황씨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모두 5천여건.
이중 2천여건이 생산현장에 채택돼 약 3억원의 경비 절감효과를 가져왔다.
황씨의 꿈은 국내 최고의 제안왕이 되는 것.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는 사소한 아이디어도 경비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IMF 시대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미덕이 필요한 때입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