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군대가 좋은 이유
기사입력 1998년 01월 22일 15시 26분
그 곳은 이렇다.
탈영하는 녀석들 때문에 철조망이 생겼고
뺀질거리는 녀석들 때문에 인원파악이 빠지지 않으며
동작 느린 녀석들을 위해 선착순이 있고
사회서 등산 한 번 못해 본 친구들을 배려한 유격훈련을 하며
약삭빠른 녀석들 단속하느라 불침번을 세우고
말을 지독히 안 듣는 녀석들 혼내주려 `줄빳다'가 있었으며
물보길 귀신 대하듯 하는 겁쟁이를 위해 도하훈련이 있고
좁은 땅에서 멀리 나가 보지 못한 `우물 안 개구리'용 200㎞ 행군도 있다.
… 그 밖에도 사람 정신개조 시켜주는 이런저런 메뉴가 많다.
그렇다. 누구나 썩 내켜하지 않는 곳 군대다.
그런데 요즘은 그 군대도 지원자가 많아 가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철조망이니 선착순, 유격훈련… 이 없어져서가 아니다.
군대는 옛군대 그대로이건만 군대 아닌 사회가 젊은이들을 그냥 있게 놔두지 않는 까닭이다.
`3년을 어디 다녀 오면 IMF 한파도 걷히겠지…'다.
그러나 선경험자인 에로_는 주장한다.
억지로 간다고 생각하면 내내 즐겁지가 못하다.
그 곳도 낭만과 인간미가 풀풀 넘치는 곳이다.
가족 중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아 최고위선출직공무원(대통령)에 낙방된 사람도 있지 않은가. 꼭 가야 한다.
군대가 얼마나 좋은지 얘기 해 줄까나.
1. 밥+옷+잠자리 제공은 기본이며, 매달 군것질 하라고 용돈(월급)도 준다.
2. 여름에 낮잠 자면 부모, 사장, 교수님… 들이 야단 쳤지만 그 곳에서는 `오침'을 안하면 꾸중을 할 정도다.
3. 안 피우는 사람에게도 기회를 가져 보라며 공짜로 담배를 주기에 심심풀이로 그만이다.
4. 언제 철사 목걸이라도 해 봤는가. 은목걸이(개줄이라 부르기도 하는 군번)도 절로 생긴다.
5. 헬스클럽 가입비가 얼마나 비싼가, 그러나 하루도 빠짐없이 무료로 운동을 시켜준다.
6. 부모님에게 안부인사 하고 애인과 짜릿+찐한 시간 가지라며 유급휴가도 팍팍 주는 곳이 그 곳이다.
아, 그 곳에 다시 가고 싶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