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17)
기사입력 1998년 01월 22일 15시 26분
멀리서 쌍대가 달려오는 모습을 본 마당쇠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다행히 팔철은 등을 지고 있어 쌍대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당쇠 주먹의 스윙 궤도가 커졌다.
오직 한방에 상대를 보내겠다는 일발필살의 주먹이었다.
마당쇠는 한 펀치, 한 펀치에 온 힘을 실었다.
`제발 한방만 맞아다오.'
그러나 주먹은 허공만 그을 뿐이었고 어쩌다 촉감이 와닿는 것은 기껏해야 팔철의 커버링 위를 때리는 것이어서 승부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쌍대는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다.
이제 몇초 뒤면 마당쇠는 1대2의 힘겨운 싸움을 하다가 또다시 쓰러질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히려 팔철의 주먹이 마당쇠의 얼굴에 정확하게 꽂혔다.
주먹을 크게 휘두르다 보니 빈틈이 많았던 것이다.
싸움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판단한 팔철은 적극적인 공격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제 오히려 마당쇠가 몰리는 입장이 됐다.
게다가 조금 뒤 쌍대까지 가세하게 되면 마당쇠는 온몸이 걸레조각처럼 망가질 게 분명했다.
굳이 쌍대가 아니더라도 마당쇠는 절대위기를 맞게 됐다.
팔철의 강펀치를 한 대 더 맞고 쓰러져 밑에 깔리게 된 것이다.
마당쇠는 네발을 하늘로 향한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수비를 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마당쇠가 발톱을 곧추 세운 네발로 필사적인 수비를 펼치자 팔철도 다음 공격수순을 찾지 못해 주저하고 있었다.
괜히 성급하게 숨통을 노리고 이빨을 들이대다가 앞발에 찍히기라도 하면 낭패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둘은 마치 정지시킨 비디오테이프처럼 잠시 동작을 멈췄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지친 것이다.
호랑이나 사자 등 맹수들은 순발력에 비해 지구력이 떨어진다.
사냥을 할 때도 노루나 얼룩말 등이 꽁지 빠지게 달아나면 또다른 먹이를 찾아나서는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노려보기만 하다가 팔철이 앞발로 앞가슴을 찍어누르려는 순간 쌍대가 몸을 날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