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해고=실업' 잠못 이루는 밤
기사입력 1998년 01월 21일 15시 02분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자를 것인가.'
`살생부（殺生簿） 작성'을 지시받은 프로축구 안양 LG 박병주 감독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안양 LG에 소속된 선수는 모두 32명이다.
`IMF 한파'로 선수단 구조조정에 나선 LG구단은 최근 28∼29명선으로 선수단 숫자를 줄이라고 박감독에게 긴급 지시했다.
3∼4명은 유니폼을 벗고 `실업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가 좋았던 시절이라면 타구단으로의 트레이드라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살림규모를 줄이고 있어 `해고'는 곧 `실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다른 비용을 줄일테니 현 인원을 그대로 끌고 가면 안되겠느냐"는 박감독의 하소연에 구단측의 대답은 단호하다.
올해 예산이 지난해 50억원에서 30％ 줄어든 35억원이어서 비용절감은 필수조건이고 부득이 일부 선수들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박감독은 하는 수 없이 정리대상자 선별작업에 들어갔지만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아 밤에 잠도 못 자고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일부 고참들을 정리하자니 대부분 결혼을 한 상태여서 가족들의 생계가 걱정이다.
그렇다고 갓 입단한 미혼의 새내기들을 쳐내자니 어린 그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같아 그것도 여의치 않다.
평소 자상한 지도로 선수들에게 `아버지'로 통하는 박감독으로선 32명의 선수 모두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들이다.
"20여년 동안의 지도자 생활중 이렇게 고민스러운 적은 없었다."
박감독의 한숨소리가 갈수록 깊어만 간다.
[송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