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19)문신
기사입력 1998년 01월 21일 15시 02분
낙태수술 반대자들이 지난 17일 미국 밀워키시 교외에 있는 한 낙태시술 의사의 집 밖에서 시위를 벌이자 화가 난 의사부인이 집앞 차도로 달려나가 팬티를 내려 궁둥이를 시위자들에게 보이면서 "이게 너희들 모두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것"이라고 외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고 한다.
이 의사부인은 집밖에서 조용히 시위하고 있던 사람들을 자녀들과 함께 내다보다가 갑자기 뛰쳐나가 자기 집을 VTR로 찍고 있던 한 시위자를 향해 "한 방 맞고 싶으냐"고 소리친 뒤 이같은 해괴한 짓을 저질렀다고 한다.
의사부인은 시위자들을 모욕할 목적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까내렸겠지만, 시대와 지역에 따라 엉덩이는 참으로 중요하게 여겨져서 인류학적으로도 연구할만한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의 어떤 원주민들은 엉덩이 화장에 큰공을 들인다. 풍만한 엉덩이를 성적 유인의 도구로 삼는 것이다.
특히 여인들은 지푸라기 나뭇잎 고양이가죽 조개껍질 따위를 엉덩이에 장식하여 뭇남성들의 눈길을 끌려고 노력한다. 확 까서 보여주지 않고 이렇게 슬쩍 감추는 이유는 `감춤의 미학'을 알기 때문이다.
남방의 섬지역 원주민들은 엉덩이 문신을 하여 이성을 유혹하기도 했다.
타히티 섬의 여인들은 엉덩이에 문신을 새겼다. 남자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어쩌면 화가 고갱도 여자들이 문신 새기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섬에 주저앉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캐롤라인 군도에 속해있는 모토로크 섬이나 루쿠섬의 여자들 역시 엉덩이에 문신을 새겼다. 심지어 포나페 섬과 페라우 섬의 여인들은 엉덩이 문신만으로 만족을 못하고 항문과 항문 언저리에까지 문신을 했다고 한다. 문신은 검은색의 단조로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원주민'들의 엉덩이 화장과 엉덩이 문신을 미개하다고 경멸하는 것은 건방진 `문명인'들의 착각이다. 문명인의 대표라 잘난체 하는 유럽인들 역시 엉덩이를 제2의 성기 정도로 여겨 시선을 끌려 무진 노력을 한 사례가 있다.
그 예로 18세기 프랑스에서는 `파리 엉덩이'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름도 괴상스런 `파리 엉덩이'는 스커트 속에 베개 비슷한 것을 넣어 엉덩이를 탐스럽고 팽팽하게 보이도록 고안한 물건이었다.
엉덩이 예찬은 그리스신화에도 나온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패리스의 심판에서 세 미녀들 가운데 승리의 사과를 얻는 것은 비너스다. 비너스는 가장 섹시한 엉덩이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엉덩이의 여신'인 카리피고스의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칭송의 대상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