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정선희 '아이구 배야 아 좀 살려줘'

기사입력 1998년 01월 21일 15시 02분


연기자라는 특수직업은 몸이 아파도 이를 초월해야 할 때가 태반. 딱따구리 정선희가 아팠던 날의 일화.

3주째 이어지는 과로와 감기 때문에 목소리까지 `착' 가라앉은 정선희. 딱따구리라는 별명처럼 매사에 `후닥닥' 치고 나가야 하는 정선희로서는 죽을 맛이다.

마침 KBS TV `슈퍼 선데이. 금촌댁네 사람들'의 촬영이 있는 날. 몸이 아파 걱정이 태산이지만 방송인지라 태산을 짊어지고라도 부딪치고 볼 일이다.

오전 8시 30분 녹화장인 금촌에 도착. 녹화 시각인 9시 30분까지는 한시간의 여유.

정선희는 쉰 목을 트여 주는 드롭프스를 입안에 넣고 연방 빨아 본다.

이를 안타깝게 보고 있던 동네 아주머니가 생강차 한 주전자를 끓여 온다.

"목이 쉰 데는 따끈따끈한 생강차가 최고여. 어여 마셔봐. 금방 트일테니."

알싸한 생강차 열댓잔을 순식간에 목구멍으로 들이붓고 목소리 시험.

"어… 어… 모옥소리 시험 주우욱. 캑캑."

별 효과가 없자 이번에는 할머니 한분이 날 달걀을 `쑤욱…' 내민다.

"목 쉰 데는 날 달걀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서 `호로록' 마시면 직방야."

할머니의 말을 믿고 `호로록'거리며 날 달걀 다섯개를 먹었지만 마음만 직방이지 목소리는 여전히 `어어 캑캑'이다.

"달걀? 생강차? 다 소용없어. 꿀물 한 대접 마셔봐. 아 어여！"

보다못한 김미화가 꿀물을 대접으로 넘겨 주고 벌컥벌컥 들이켠 정선희.

"어… 어… 목소리 시험중. 된다！ 캑캑… 되네? 언니 한 대접 만 더！"

희망이 엿보여 꿀물 몇 대접을 벌컥벌컥 들이켠 정선희.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잠기는 정선희의 목소리. 이번에는 또 다른 방법이 건너 온다.

"탄산 음료수가 최고야！ 사이다 마시고 트림 해봐. 뻥 뚫릴테니까."

그리고 몇 병의 야구르트와 콜라까지 동서양 음식으로 물배를 채운 정선희.

"아아… 시험중. 어어라 된다. 됐어！ 야호！ 아싸라비야！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기역. 니은. 디귿. 히히 OK！"

기사회생 녹화준비 끝. 그런데 어랍쇼. 배가 꾸물거리기 시작이다.

급기야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로 내닫는 정선희. 뒤따르는 스태프의 고함.

"정선희！ 곧 녹화 들어 갈텐데 어디 가！"

"물배를 채웠더니… 화… 화장실."

이후 연출 스태프는 녹화 내내 손가락을 헤아려야 했다.

"아니 그새 또 갔어? 이번이 열한 번째야? 열두 번째야?"

정산（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