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따돌림받는 '신꼴불견족'
기사입력 1998년 01월 21일 15시 02분
IMF시대를 맞아 신세대들 사이에서 `신（新） 꼴불견족'이 생겨나 또래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신 꼴불견족'으로 낙인찍히면 친구들이 미팅조차 주선해 주지 않고, 교우관계에서도 소외당하는 등 불이익이 이만저만 아니라 혹시라도 이 족속에 포함되지는 않았을까 전전긍긍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신 꼴불견족'중 첫번째는 해외 연수족.
특히 국내 경제상황의 악화로 해외 어학연수나 조기유학 등을 그만두고 귀국하는 `U턴족'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중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혀꼬부러진 말투로 해외 어학연수나 유학경험을 자랑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허영남군（23．중앙대 2년）은 "외국어 배운답시고 해외에서 귀한 달러 펑펑 쓰고 돌아왔으면 미안한줄 알아야지 오히려 자랑삼아 떠벌리고 다니는 철없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럴 때는 친구들끼리 대화에도 끼워주지 않고 단체미팅에도 제외시키는 등 쌀쌀맞게 대한다"고 말했다.
번쩍거리는 금장신구를 착용해도 당장 신 꼴불견족으로 등록된다.
장롱속의 돌반지까지 모아 수출하는 마당에 금목걸이며 반지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다가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라는 친구들의 질책을 듣기 딱 좋다.
옷차림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
수입 브랜드 등 고가의 의류를 걸치고 친구들의 모임이나 미팅자리에 나갔다가는 금세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아이스맨'으로 전락해 `이지메'를 당한다.
또 지갑속에 5달러짜리 지폐를 꽂고 다니는 신세대들도 손가락질받는다. 얼마전만해도 `5달러 지폐가 행운을 불러 온다'는 국적불명의 미신 때문에 이를 구해 지갑에 자랑삼아 꽂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았지만, 단 1달러라도 환전해 외환보유고를 늘리자는 요즘에는 한심한 꼴불견족으로 비웃음을 사기 쉽다.
이밖에 순전히 `잡담용'으로 비싼 핸드폰을 들고 다니거나 요란하게 치장된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신세대들도 꼴불견클럽의 멤버로 꼽힌다.
윤아영양（21．서울 강남구 신사동）은 "외출하거나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을 때면 혹시라도 현시국에 맞지 않는 옷차림이나 행동을 해 따돌림을 당하지나 않을까 조심하게 된다"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친구들의 옷차림도 예전보다 훨씬 검소해졌다"고 말했다.
[이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