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소비자] '제조업체와 직거래'
기사입력 1998년 01월 21일 15시 02분
"여보세요? 백화점에서 물건 보고 전화드리는건데 직거래하면 더 싸게 살 수 있죠?"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매장에서 물건을 고른 뒤 제조업체로 전화해 직거래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매점에서는 정가대로 물건을 사야 하지만 제조업체에 전화해 우편으로 물건을 건네받거나 직접 방문하면 훨씬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주부 김정민씨（29）는 최근 아들의 생일선물로 게임소프트웨어를 사기 위해 서울 시내의 대형서점 컴퓨터 소프트웨어 판매코너를 갔다가 원하는 물건이 예상보다 비싸자 한가지 꾀를 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 개발업체로 직접 연락한 것.
김씨는 "생일선물을 사야겠는데 돈이 없다.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계속 사겠다"며 영업담당자의 동정심을 자극, 소매점보다 40％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씩 하는 값비싼 유아교재 방문판매업체들도 최근 이같은 문의전화를 자주 받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유통질서를 흐릴 뿐만 아니라 세무처리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도 위기에 몰린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한개라도 더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할 입장이어서 직거래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게임기 제조업체 （주）주연시스템 박용환 사장（34）은 "최근 소매점에 넘기는 가격에 우편비를 보태줄테니 직거래하자는 고객이 늘어 갈등을 느낄 때가 많다"며 "법인업체와 소비지간의 직거래가 불가능해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