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실직자 우대합니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21일 15시 02분
`정리해고나 명퇴자를 우대합니다.'
IMF 한파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우대하는' 업소들이 속속 등장, 주위에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업소들은 어려움에 처한 실직자들에게 도움을 베풀어 `고통 분담'에 기꺼이 나서고 있는 것.
서울 목3동의 도시락전문점 손가네도시락은 올초부터 3천500원짜리 한정식 도시락을 실직자에게는 500원씩 할인해 주고 있다.
이 업소의 한영수씨（36）는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IMF 모임터'를 찾는 실직자들에게 500원씩을 할인해 주고 있다"며 "하루 약 15명의 손님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수도통합병원앞의 음식점 `풍성식당' 역시 IMF 실업자들에게 음식값을 할인해 주고 있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보통' 손님들에게는 3천500원을 받고 있으나 명퇴자나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에게는 3천원만 받는다.
주인 임석금씨（여．47）는 "직장을 잃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500원을 깎아주고 있다"며 "실직자라는 입증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얼굴만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재미교포가 창업,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치킨 외식업체 `브레스 헨 치킨'은 최근 국내 체인점을 모집하면서 실직자들에게는 체인점 가맹비 300만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체인본부 （주）태왕코리아의 신광식씨（37）는 "창업을 구상 중인 실직자들로부터 하루 평균 5∼6건의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며 "외국에 로열티를 한 푼도 주지 않은 `신토불이' 체인점이라는 사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같다"고 했다.
지방의 한 대학은 실직자 자녀에게 입학금을 면제해 주고 나섰다.
경북 경산의 대경전문대는 지난해 12월 1일 이후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실직한 근로자의 자녀가 입학할 경우, 45만원 가량의 입학금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이 대학 김종갑 기획처장（38）은 "IMF 시대 극복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등록금을 동결하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직자 자녀의 입학금 면제를 실시키로 했다"며 "100여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늘어날 경우에도 예산을 충당해 학생들이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