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명작순례] (2)정해창作 '여인'
기사입력 1998년 01월 21일 15시 02분
나뭇잎 그림자가 일렁이는 전통가옥 안채에 여인이 앉아 있다. 한복에 쪽찐 머리를 한 그녀는 부채를 손에 쥔 채 깊은 상념에 빠진 듯하다.
우리나라 사진가중 최초로 사진 개인전람회를 가진 예술사진가 정해창(1907∼68)의 `여인' 초상.
사진도입 초기에는 사진관에서 서양식 금박의장에 앉아 찍는 초상화가 유행이었으나, 뛰어난 미적감각과 완벽한 구성의식을 가졌던 정씨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사진에서 보듯 우리 전통 창살과 집 등을 자연스레 등장시키고 소품을 살려, 우리나라 사람의 아름다움과 인물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초상화를 선보였다. 또 여인의 얼굴을 정면에서 찍기보다 측면이나 반측면에서 찍고, 조명도 당시 서양에서 들여와 검증없이 썼던 서양식 입체 조명이 아닌 플레이트 라이트(plate light．평평한 조명)를 사용했다.
이런 섬세한 노력덕에 그의 `여인' 초상은 모두 고결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당대 석학이었던 정씨는 도쿄외국어대 독일어과 출신으로 대학재학 시절 도쿄사진학교에서 사진화학 등을 연구했고, 서양화도 공부했다. 대학졸업후에는 중국에서 금석학을 연구한 당시 보기드문 인텔리 작가였다.
28년 귀국, 이듬해 광화문빌딩 2층에서 우리나라 사람으론 처음으로 약 50여점의 작품을 가지고 사진 개인전람회를 개최, 한국사진사의 한장을 기록했다.
그의 작품은 풍경과 정물, 인물 등에 폭넓게 걸쳐 있으며 뛰어난 미적 완성도와 기술적 완성도로 한국사진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최초로 대학에서 사진예술을 강의했으며, 이화여대 덕성여대 등에서는 동양미술사를 강의한 한국고미술학계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고 이승만 대통령의 사인(私印)을 조각한 전각자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