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16)
기사입력 1998년 01월 21일 15시 02분
기세 좋게 팔철의 공격에 나선 마당쇠는 출발하는 순간 `아차'했다.
먼발치에서 어슬렁거리며 팔철쪽으로 걸어나오는 쌍대를 본 것이다.
그러나 제동을 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마당쇠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가능한 한 팔철을 빨리 쓰러뜨리는 것 뿐이었다.
마당쇠의 기습에 팔철의 주위에서 씨를 받으려고 갖은 아양을 떨던 암컷들은 혼비백산해서 흩어졌다.
마치 한복판에 폭탄이라도 터진 것같은 모습들이었다.
선제 공격은 당연히 마당쇠의 몫이었다.
마당쇠가 거의 눈앞에 왔을 때 비로소 사태를 알아차린 팔철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앞발로 팔철의 목덜미를 찍어누르려던 마당쇠의 선제 공격은 명중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도랑처럼 길고 깊은 발톱 자국을 남겼다.
팔철은 곧바로 앞발을 치켜들고 반격에 나섰다.
첫번째 공격이 빗나가는 순간, 잽싸게 몸을 추스린 마당쇠 역시 두발을 마구 휘두르며 맞섰다.
저음이지만 살기로 가득찬 소리와 함께 펀치가 엉켰다.
힘에서는 마당쇠가 앞섰다.
3~4초 동안 뒷발로만 서서 펀치를 교환하는 동안 마당쇠는 힘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싸움의 명수 팔철은 백스텝을 밟으면서도 용케 넘어지지 않고 잘 버텼다.
둘은 앞발이 땅에 닿기 무섭게 또다시 허공으로 치솟았다.
어느 누구도 금방 쓰러질 싸움은 아니었다.
마당쇠는 초조해졌다.
`쌍대가 오기전에 해치워야 한다.'
마음이 급할수록 주먹은 자꾸 빗나갔다.
마당쇠와 달리 팔철은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수비를 튼튼히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곧 쌍대가 올 것이다. 무리하게 공격하기보다는 그때 가서 2대1로 아주 없애버리자.'
마당쇠가 걱정하고, 팔철이 기대하던 대로 멀리서 싸움을 본 쌍대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