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김희선 '저말괄량이 길들이긴 틀렸어'
기사입력 1998년 01월 20일 15시 33분
아직은 눈발이 다가오지 못했던 12월 초. 햇살이 가득한 압구정동 아벨린 웨딩. KBS 2TV 주말 드라마 `웨딩드레스'（연출_윤석호） 타이틀 촬영이 한창이다.
오늘 이 가게 주인은 대책없는 노처녀 하나（이승연 분）다. 그래서 가게 이름도 하나를 딴 `하나 웨딩'.
촬영장에 제일 먼저 배실배실 웃으며 도착한 연기자는 `세기의 말괄량이' 김희선. 도착하자 마자 웨딩드레스를 입고 장미꽃 위에 앉아서 신바람이 났다.
그런데 웨딩장갑 한 손에는 웬 바케트 빵? 웨딩드레스 입고 싶어서 점심도 거르고 달려왔다는 김희선.
하얗게 부분부분 염색한 머리에 딱딱한 껍데기와 하얀 살을 조금씩 발라 먹는 한마리 코알라, 김희선.
행복한 순간도 잠시. 우아하게 입고 있는 드레스 팔 안쪽이 "북∼"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버리는게 아닌가.
"어, 나 빵 조금밖에 안먹었는데…" 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김희선. 옷을 즉석에서 골라 가봉했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여기 저기서 바늘이 콕콕 찔러대는데, 그것도 모자라 결국 사람들이 둘러 서 있는 그 상황에서 드레스가 터져 버린거다.
그 때 윤석호PD 한마디.
"내 그럴 줄 알았다. 빵 부스러기 질질 흘리면서 먹을 때부터. 드레스 잘 털고 다시 예쁘게 앉아있어."
"배고픈데…"하면서 뾰로통 한 것도 잠시. 언제 혼이 났느냐는 듯 이승연과 김민종, 신현준이 차례로 나타나자 다시 그 특유의 활발함으로 드레스를 입고는 촬영장을 빙글빙글 뛰어다닌다.
그러나 결국 김희선이 제풀에 겨워? （사실은 드레스에 걸려）홀라당 넘어지고야 말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전설의 고향 귀신같은 에코 섞인 무시무시한 목소리.
"두나야！ 고렇게 칠칠맞으니까 내가 널 차버리구 떠나지…."
목소리와 사진으로 우정출연하는 이병헌까지 메가폰을 잡고 합세한거다. 두나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하는 이병헌 한테 구박을 받았으니, 눈물이 글썽글썽 할만도 한데, 다시 벌떡 일어나서는 공격 상대를 다시 이병헌으로 바꾼다.
프로포즈 때부터 김희선과 일한 윤석호PD. 점잖은 언니 이승연에게 "아무래도 저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틀렸네"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소연을 하지만, 그래도 입가에는 젊은 친구들의 싱싱함이 예뻐 죽겠다는 듯 싱글벙글 함박 웃음이다.
김민성（MTM대표, 대경전문대 연영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