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린고비] '샘플로 알뜰 소비시대'
기사입력 1998년 01월 20일 15시 33분
IMF 시대에는 `샘플'이 최고.
상품 판촉용으로 제공되는 각종 샘플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각 기업들이 경제불황의 여파로 판촉용 샘플 생산을 크게 줄이고 있으나 IMF 시대를 맞아 알뜰 소비 심리가 자리잡으면서 샘플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샘플만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샘플족'까지 등장, IMF 시대의 `신（新） 자린고비족'으로 떠오르고 있다.
샘플족에게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세제 등이 대표적.
특히 기초화장품의 경우 로션이나 스킨 샘플 하나면 1주일 정도 쓸 수 있어 최근 여대생과 직장 여성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대학생 김은주양（22．S여대 3년）은 "IMF시대 이후 용돈이 크게 줄어들어 샘플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샘플을 많이 주는 업소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가정주부 박현희씨（35．서울 강동구 길동）는 "신제품 기획 행사나 슈퍼의 세일 행사에 참여하면 주방용 세제 샘플을 공짜로 얻을 수 있어 생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샘플 사냥'에 나서는 알뜰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샘플이 품귀현상을 빚자 웃지 못할 각종 해프닝이 벌이지기도 한다.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코너의 종업원은 "샘플의 양이 부족해 물건을 사는 손님들에게만 무료로 주고 있는데 공짜로 달라고 떼를 쓰는 얌체손님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또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화장지나 라이터 등의 판촉물도 인기 만점이다.
유흥업소 등이 거리에서 나눠주는 화장지나 라이터 등의 판촉물을 챙기는 직장인들이 IMF체제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서울 강남의 나이트클럽 웨이터 강모씨（27）는 "예전에는 화장지 등의 판촉물을 나눠주면 받지 않는 사람이 많았으나 최근들어서는 100∼200개가 금세 동이 난다"고 했다.
직장인 구모씨（32）는 "예전에는 유흥업소 등에서 나눠주는 화장지나 라이터 등은 번거로워서 받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하나도 빼지 않고 챙기고 있다"고 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