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예술문화] '달리는 성적 장애자'
기사입력 1998년 01월 20일 15시 33분
`이단:잘난 체 하려는 충동과 욕망이 너무 강한 나머지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자기과시가 불가능하다 싶으면 아예 몸과 마음이 편칠 못했습니다.
뤼펑:자기과시를 하려면 반드시 남다른 묘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달리의 작품 속엔 언제나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형상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런 괴상망측한 형상의 심리적 정신적 기초는 사실 섹스 억압 때문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그는 무슨 자랑거리나 되는 듯 성적욕망을 억제하고 있다고 항상 큰소리쳤습니다. 물론 섹스 억압에는 프로이트의 방법이 가장 적절합니다.'
지금 중국의 두 지식인이 자근자근 씹고 있는 화가는 살바도르 달리다. 이단(38．쓰촨대 중문과)과 뤼펑(42．중국극작가협회 부비서장)은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평가받는 달리를 이렇게 "성적 장애자"라고 도마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신랄한 입과 재기 번뜩이는 머리로 예술 종교 철학 문학 등의 분야에 대해 끝없이 토론하고 진단한다. `도피의 시대 20세기의 예술문화'(시공사)는 바로 이들의 대담집이다.
두 사람은 독특한 관점으로 `도피한 예술가들'을 평가한다. 그 평가의 그물망에 걸려든 예술가들은 처참하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잘못된 곳으로 도피한 예술가 가운데 달리는 성적 장애자로, 피카소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청정한 정신의 세계로 도피한 칸딘스키 몬드리안 고흐 고갱 등은 성공적인 예술가들로 대접받는다.
두 저자는 새로운 예술이 추구해야 할 방향과 21세기에 예술가들이 나아가야 할 목표도 모색해본다.
저자들은 "새로운 예술이란 삶의 질을 승화시켜주는 환경을 창조하는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슬로건은 당연히 "인류의 삶을 예술 속으로"가 된다.
또 두 사람은 서구 현대예술에 나타난 나름의 독톡한 시각으로 중국회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상을 묵시적으로 제시한다. 그들의 주장 가운데는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것도 적지 않다.
독특한 책이다. 이런 독특함은 저자들의 독특함에서 비롯되는 것같다.
두 저자는 문화대혁명을 지켜보고 그 과실이라 할 수 있는 개혁의 시대를 두 눈으로 지켜본 `젊은이'들인 것이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