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짧은글에 담긴 '희망의 메세지'
기사입력 1998년 01월 20일 15시 33분
안톤 슈낙과 프란츠 카프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성' `변신' 등의 작품으로 친숙한 두 작가가 `짧은 글'을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두 작가의 글은 서로 상반돼 보인다. 슈낙은 희망의 글을, 카프카는 죄와 고통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제목조차 슈낙의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문학수첩)이고 카프카의 것은 `죄, 고통, 희망, 그리고 진실된 길에 대한 관찰'(실천문학사).
슈낙의 책은 1년을 12개월로 나누어 어떤 생각과 계획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인지 제시해준다.
국어책에도 실렸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작가답게 이 책 역시 원고지 두세장 분량의 짧은 글 안에 사물에 대한 뛰어난 통찰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작가의 시선은 일상에 닿아있다. 작가는 그런 일상 속에서 작고 소중한 이야기의 보따리를 풀어낸다.
행복은 무엇일까. 저자는 주변의 생활속에서 그것을 찾으라고 권한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무지개는 물 넘고 산 넘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얘기도 아니고 통속적인 주장일 수도 있지만, 독자들은 이 어려운 한파 속에서 밑줄을 그어 음미하고 싶은 주옥같은 몇 문장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죄, 고통, 희망, 그리고 진실된 길에 대한 관찰'은 카프카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잠언을 한데 모은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칠 때를 제하면, 어떻게 세상에 대해 기뻐할 수 있을까?' `죽음은 우리앞에 있다. 마치 교실 벽에 걸려 있는 알렉산더 전투에 대한 그림처럼…'같이 짧으면 한두줄에 불과한 그의 잠언들은 전반적으로 우울하다.
이런 우울함은 작가가 병들고 소외된 새로운 세기(20세기)를 맞으며 누구보다도 `세기말'을 먼저 감지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의 글을 꼼꼼히 읽는다면 배후에 숨겨진 희망도 함께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모든 원고를 불태우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저버리고 작품을 세상에 펴낸 친우 막스 브로트의 말처럼.
"카프카문학의 핵심용어는 절망이 아니라, 완성된 삶이라고 하는 긍정적인 것으로, 그가 도달하고자 했던 진리는 도(道)의 진리이며, 그의 잠언에서 일컫는 참된 길은 도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