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이정도면 007도 두손들겠죠?'
기사입력 1998년 01월 20일 14시 08분
작년 11월 중순, `백야 3.98' 단합대회때 이병헌은 자신의 스물여덟 인생 중 제일 많은 술을 먹었다.
아직 한적한 분위기가 남아있는 백마의 한 카페를 통째로 빌려 돼지머리놓고 고사도 지내고 했는데, 하도 흥이나 건배만 30번에 합하면 혼자 50잔정도는 마셨을 거라고 했다.
이날은 이병헌외에 심은하 최민수 진희경 이정재 등과 김종학PD 서득원카메라감독에 최경식 음악감독 등 주요 출연진 스태프진들이 모두 모인 상견례 자리. `예술' 하는 사람이 `술' 못하는 사람없다고 전세낸 카페의 술통을 바닥냈다고 한다.
"첫날이라 선배, 후배분들이 모두 모였고, 존경하는 김종학감독님과도 처음 하는 드라마라 흥분이 많이 됐어요. 아무리 먹어도 말짱 하더라구요."
이병헌은 "러시아의 영하 40도를 생각하면 오싹해져 모두 술을 미리 먹어둬야 했다"는 농섞인 말까지 한다.
SBS TV에서 3월 방송예정인 이 드라마에서 이병헌은 주인공인 남한첩보원 민경빈역을 맡았다.
한태훈씨의 원작소설을 읽어보면 알지만 터프하기도 하고 자상하기도 한 문무겸비에다 여자한테 매력적인 섹스어필까지 하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 해보고 싶은 `제임스 본드' 이상가는 역할이다.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직업군인을 하던 앞길 창창한 청년이 러시아의 핵무기를 탈취하려는 북한의 음모를 분쇄하는 남한첩보원으로 변신한다.
이병헌은 드라마에서 만만찮은 터프가이 최민수와 맞붙어 긴장된다. `흑거미'란 별명을 가진 북한첩보원 최민수(권택형역)와 끝까지 가는 대결이 이 드라마의 초점.
둘 사이에는 또 북한출신 러시아 교포 심은하(아나스타샤역)가 있어 더 흥미롭다. 심은하와 최민수는 어릴때부터 알았던 아득한 인연이 있는 사이이며, 이병헌은 아내와 사별후 러시아 백야속에서 맺게된 절박한 사랑의 여인이 심은하.
작년 여름에 일찌감치 `민경빈'역으로 캐스팅된 이병헌은 초반 촬영과 병행하며 현재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는 중. 유치원때부터 한 태권도 덕분에 `무술'은 자신있는데, 외국어라고 대본대로 읽는 앵무새대사는 절대 안하기 위해서다.
2월초 러시아로 떠날 예정인 이병헌은 "올해 입대하기전 한건 해보이겠다"며 50잔의 술을 먹은 패기를 과시한다.
[이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