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직격인터뷰] 스티브 김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5시 22분
지난 12일 상무 투수 정 석의 입단식을 위해 일시 귀국한 스티브 김은 박찬호에 얽힌 뒷얘기, 미국야구의 현실, 건축업자로서의 인생관 등을 담담하게 밝혔다.
하일성 본지해설위원의 송곳 같은 질문을 통해 무명의 건축업자에서 유명한 에이전트로 변신한 스티브 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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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성위원（이하 하）:한달만에 국내에 들어온 느낌이 어때요.
스티브 김（이하 김）:딴 나라에 온 것 같아요. 입국해서 10여차례 모임을 가졌는데 IMF얘기가 한번도 빠지질 않네요.
하:글쎄, 처음에는 IMF가 국제전화 통화료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는군요. 지금이야 국민 모두가 경제통이니 제대로 국제통화기금인줄 알게 됐어요.（한바탕 웃음）
하:이제 하나씩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봅시다. 메이저리그에서 왜 유독 한국 선수에게 관심이 있는 거요.
김:꼭 그렇지만은 않죠.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남미 등 모든 선수들에게 관심이 있어요. 노모 이외에 마이너리그에만 약 20명 정도의 일본선수들이 있어요. 게다가 올해부터 두팀이 늘어나는 통에 선수층, 특히 투수가 모자라는 형편입니다.
하:많은 선수들이 성급하게 미국진출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김:이상훈 선수가 시금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찬호는 미국에서 기초부터 시작한, 말 그대로 미국 야구 선수로 보면 됩니다. 한국에서 수준급인 이상훈 선수가 미국 선수와 겨뤄보면 한국야구에 대한 평가가 나오겠지요. 이적료가 포함됐지만 왼손 투수로서 250만달러를 받은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7∼8년 뛴 선수들이 받는 금액과 맞먹습니다. 보스턴으로서는 큰 도박인 셈이죠.
하:미국 스카우트들이 탐내는 국내 선수들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김:공빠르기와 체력이지요. 80, 85, 90마일 이상 등 3등급으로 나누는데 찬호는 A급에 속합니다.
하:체격을 따지는 미국야구가 왜소한 편인 정 석을 스카우트한 것은 의외라는 말이 있는데요.
김:꼭 찬호스타일의 선수만 통하는 건 아니거든요. 찬호도 미국 갈때 지금보다 10㎏은 덜 나갔습니다. 오렐 허샤이저나 그레그 매덕스처럼 컨트롤로 승부하고 다이어트（미국식의 체중관리）에 성공하면 충분히 통하리라 봅니다. 매덕스도 처음엔 강속구를 고집하다 낭패를 봤습니다.
하:100만달러를 받은 정 석의 계약금이 실제보다는 부풀려졌다는 소문이 나돈단 말이에요.
김:선수계약시 미국과 한국의 관행이 많이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금액）발표를 안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중에 세금추적 등 어떤 방법으로도 드러나게 돼 있어요. 거짓말은 할 수가 없는 거죠.
하:미국의 유명한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가 찬호를 데려가려는 움직임이 있다는데.
김:여러가지 좋은 조건을 내세우거나 언론에 흘려서 유혹하기도 하고, 실제로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건이 크게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누가 에이전트를 맡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하:그간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김:제가 （찬호가 입단하던） 93년 12월31일 찬호 부모님에게 `제가 할 일은 다 했다. 미국에 건너가면 좋은 에이전트를 소개해 드리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부모님께서 "당신을 믿고 보내는 건데 다른 사람은 안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작년 초 고민이 되더군요.찬호가 의젓하게 선발로 자리잡았는데 건축업과 에이전트를 다 맡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 에이전트를 소개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고민하던 중에 이런 얘기가 다저스에 흘러들어갔습니다.
하:다저스에서 무슨 말을 하던가요.
김:몇년간 찬호를 맡으면서 （에이전트）실력도 늘었고 어느 누구도 당신만큼 찬호를 돌봐줄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에이전트들도 처음에는 선수 한명을 맡으면서 컸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때의 결심으로 KSI라는 전문적인 스포츠마케팅 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하:건축으로 얻는 수입과 에이전트 수입중 어느 것이 더 많아요.（웃으며）
김:반반쯤 됩니다. 건축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포기할 순 없어요.
하:스티브 김 때문에 우리나라도 에이전트라는 직종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자격증이 있고 없고의 차이점은 뭡니까.
김: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없어도 되지만 메이저리그 선수의 에이전트는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머독의 다저스 인수가 확실시되는데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김:아직까지는 오말리씨가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다저스는 현재 어려운 상황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오말리씨는 가족 스타일로 꾸려가던 그간의 구단 경영방식이 이제는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구단매각을 결정한 거죠.
뉴욕 양키스 같은 구단이 커다란 구장을 지어 VIP박스를 10만달러 또는 20만달러에 판다고 하면 다저스는 핫도그 구단입니다. 핫도그 1만개 팔아서는 피아자의 연봉을 줄 수 없잖아요.
하:어떤 이들은 스티브 김을 다저스직원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다저스와 너무 밀착됐기 때문에 찬호의 연봉을 손해보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습니다.
김:저는 찬호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찬호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에이전트 일이죠. 다저스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찬호를 위해섭니다.
하:명문 버클리대학을 나와서 건축일을 하다 뜻하지 않게 이 `고생'을 하는데 보람은 있습니까.
김:1.5세 미국인으로서 저의 꿈은 `미국사회에 한국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낯선 미국땅에 제 손으로 멋진 건물을 지어 "저 건물을 한국인이 지은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거죠. 이제 찬호가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찬호가 공을 던질 때마다 제가 던지는 기분입니다.
하:마지막으로 박찬호의 대변인으로서 한마디 해주시죠.
김:대개 이정도 단계까지 올라오면 선수들이 자만하게 마련인데 찬호는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성원이 더욱 필요합니다.
[정리＝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