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SBS의 불협화음 '데이비스'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5시 22분
◇…프로농구가 벌써 3차 라운드를 마치고 정규리그 종반부로 치닫고 있군요.
지난주 프로농구계는 나산그룹이 극심한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화의를 신청했다는 비보를 전해들어야 했습니다.
모기업의 화의신청 소식을 전해듣고 나산 선수들은 한동안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임직원들에게 승전보로 힘을 실어주겠다"며 투지를 보이며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나산의 화의신청 후일담부터 들어보지요.
◇…모기업의 화의신청 이후 나산은 구단 직원들부터 눈물겨운 경비절감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삼성과 광주 홈경기를 치른 나산은 18일 대우와의 부천경기를 위해 선수단만 항공기편으로 상경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구단버스로 이동했겠지만 이틀 연속경기에 따른 피로를 감안해 어쩔 수 없이 만만찮은 돈을 투자한 것이지요.
그러나 바닥이 보이는 재정사정을 잘 아는 직원들은 차마 비행기를 함께 이용할 수 없어 뒤처리를 한다며 선수단을 먼저 보낸 뒤 고속버스로 출발했습니다.
주말 교통체증 때문에 자정이 넘어서야 서울에 도착한 직원들은 이튿날 토끼눈을 감춘 채 씩씩한 모습으로 선수들을 격려하더군요.
◇…통역이 필요 없을 만큼 우리말을 잘하는 외국인 선수가 있어 화제입니다.
SK의 레지 타운젠드와 현대의 제이 웹이 그 주인공인데요. 둘은 간단한 우리말을 막힘없이 술술해 국내선수들은 물론 구단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답니다.
타운젠드는 "여보세요, 전화바꿨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등 통화를 척척 해내는가 하면 웹은 감독의 지시사항을 듣고 우리말로 답할 정도랍니다.
특히 한국말 배우기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는 타운젠드는 동료 드와이트 마이베트의 통역을 맡을 정도로 우리말 실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래서 SK구단 직원들은 타운젠드가 곁에 있을 때는 각별히 입조심을 한다는군요.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동료들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래리 데이비스 때문에 SBS구단이 골머리를 앓고 있답니다.
SBS 코칭스태프는 틈나는 대로 데이비스를 불러다 꾸중도 해보고 얼러보기도 하지만 별무효과라는군요.
최근엔 구단이 "계속 무리한 플레이로 일관하면 미국으로 돌려보낸다"며 협박성 멘트까지 동원했는데 이에 대해 데이비스는 태업（怠業）으로 맞대응해 구단 관계자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대우전서의 14득점이나 17일 동양전서의 7득점은 경기당 평균 33득점을 올리며 이부문 1위를 달리는 데이비스의 기록에 비춰볼 때 태업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SBS측의 분석입니다.
중하위권을 맴도는 SBS로서는 `데이비스 길들이기'가 성적 향상을 위한 선결과제인 것 같습니다.
◇…기아 최인선 감독은 `IMF 한파' 때문에 본의 아니게 루머에 시달릴 뻔 했다지요.
◇…네, 지난 17일 최감독은 SBS와 동양의 서울경기를 방송 중계석에 앉아 관전했는데 이를 놓고 주위의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최감독은 앞서 열린 기아－대우전 중계를 마치고 철수한 모방송사 중계석에서 두번째 경기를 지켜봤는데 이를 본 모구단 관계자가 "IMF 한파 때문에 최감독이 부업으로 방송 해설을 맡았다"며 입방아를 찧고 다닌 것이지요.
이에 대해 최감독은 "경기를 좀더 가까운 위치에서 보기 위해 방송 중계석에 앉았을 뿐"이라며 "사람들 입이 무서워서 이젠 중계석 근처엔 얼씬도 못하겠다"고 말하더군요.
◇…지난 14일 LG에 일격을 맞아 연승행진이 저지된 기아 선수들이 17일 대우전서 머리카락을 짧게 깎고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농구팬들은 기아 선수들이 LG전 패배 이후 정신자세를 가다듬기 위한 조치라고 여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더군요.
기아 최인선 감독은 "선수들이 2주만에 상경해 모처럼 귀가했는데 시간이 나는 틈에 머리손질까지 한 선수들이 많았을 뿐"이라는 겁니다.
기아 선수들은 지난 2일 서울경기를 마치고 부산으로 이동한 뒤 꼬박 2주만인 15일에야 가족들과 상봉했답니다.
2주간 부산의 호텔을 베이스캠프 삼아 창원 원주 등으로 장돌뱅이 생활을 한 거지요.
이처럼 긴 지방원정은 팀 창단 이후 해외원정이나 전지훈련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는데 게다가 날씨까지 안좋아 평상시보다 2배는 힘든 여정이었다는군요.
[정리＝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