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vs현주엽] '또 만났네'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5시 22분
그들은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서울 휘문중－고 1년 선－후배로 5년씩이나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중학시절, 혹독한 훈련과 무서운 선배들이 싫어 `땡땡이'를 감행할 때도 그들은 함께 했다.
`공포의 쌍돛대'로 통하며 휘문고가 고교농구를 평정할 때도 그들은 존경받는 선배, 믿음직한 후배였다.
그러나 우정보다는 대결에, 화합보다는 승부에 더 큰 관심을 쏟는 세상은 둘이 예전처럼 붙어다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서장훈이 연세대를, 현주엽이 고려대를 선택하게 된 것도 어쩌면 세상의 이치가 `장난기'를 발동한데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그들이 정겨운 선－후배로 남아있기 보다는 한쪽은 쓰라린 패배를 감내하며 쓰러지고, 한쪽은 패자를 내려보며 득의만면한 미소를 짓도록 만든 세상.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이 그랬듯 내키건, 그렇지 않건 그들은 가로 28@, 세로 15@의 링에서 다시 맞붙어야 한다.
20일 오후 3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지난 11일 벌어진 97∼98농구대잔치 남자부 예선리그 첫대결에서 현주엽은 선배 서장훈을 녹다운시키며 먼저 승리의 환희를 맛봤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존재하지 않는 법.
이번엔 서장훈이 땀냄새를 풍기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현재 둘다 몸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서장훈은 중이염이 완치되지 않았고 현주엽은 두차례나 코뼈를 다쳐 안면보호대를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서야 한다.
"우리 사이가 라이벌 관계로만 비쳐지는 바람에 곤란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그들은 다시 코트에서 싸워야 한다.
그들의 하소연에 아랑곳 없이.
[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