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교수님은 캐리커처 전도사'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5시 22분
"교수님, 제 얼굴도 그려주세요".
지난주 내내 메트로미도파 6층의 한 구석은 늘 시끌벅적했다.
한 중년신사는 도화지 위에 바삐 연필을 놀리고 있었고 그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은 완성돼 가는 캐리커처를 보면서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희섭씨（51·명지대 만화예술창작과 교수）는 시간이 날때마다 보통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한다.
"강단에서 분필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보람있는 일이죠. 캐리커처를 보면서 잃었던 웃음을 되찾는 직장인들을 보면 더욱 흐뭇합니다".
`캐리커처 전도사' 김교수의 그림 인생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다. 성적은 좋지 않아도 항상 미술실력은 최고. 고등학교 때까지 교내 미술부에서 활동했고 서라벌예대 서양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전통 미술보다는 만화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항상 머리를 어지럽히는 풍부한 상상력과 장난기가 결국 캔버스를 접고 우스꽝스런 만화를 그리게 만들었다.
"졸업후 당분간은 만화가로 활동했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희화한 정치인의 모습을 신문에 그리게 됐어요. 독자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어요. 그때까지 신문에서 정치인들의 사진만 접하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거죠".
이를 계기로 김교수는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의 홍보용 캐리커처를 그렸고 이윽고 2년전부터는 강단에서 캐리커처를 강의하게 됐다.
"지난해 우연히 몇 사람을 상대로 캐리커처를 그려 줬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캐리커처가 무엇인지 들어는 보았지만 실제로 자신의 그림을 갖게 됐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어요".
김교수는 지난 반년동안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500여명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줬으며 강의가 없는 2월말까지 이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국내에 아직 변변한 캐리커처 교본 하나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어요. 조만간 자료를 정리해 캐리커처에 대한 책을 써 볼 생각입니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