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17)성이용한 광고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5시 22분
최근 브라질의 한 여성 속옷제조 회사가 성폭행 직전의 상황을 암시하는 광고를 냈다가 광고삭제와 함께 17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광고는 속옷차림의 여자와 두명의 남자를 등장시켜 이같은 상황을 연출하면서 "나는 기다릴 수 없단 말야, 낙태를 빨리 합법화해"라는 광고문안을 썼다.
회사측은 종교계의 반발로 소비자보호원으로부터 광고삭제와 벌금부과 결정이 내려지자 "낙태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이같은 광고를 게재했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여름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청바지회사인 (주)잠뱅이 광고의 시리즈광고였다.
이 시리즈광고의 1탄은 `남자화장실'편이었다.
10대 소녀가 남자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고 있다. 옆에는 남자의 하반신이 보이고, 앞에는 부탄가스통이 뒹굴고 있다. 소녀의 상의 단추가 풀어져있는 것으로 보아 남자와 함께 이제 막 `뭔가'를 끝낸 것같다.
이런 비주얼에 붙은 카피는 "중독된 차가운 즐거움, 꿈은 흐려지고 더러워지고 무서워지고 괴물로 변한다. 잘있거라 더이상 내것이 아닌 희망들아, 장님처럼 이제 약에 취해 더듬거릴 때 문을 잠근다"였다.
2탄은 `낙태수술'편이었다.
병원 수술침대 위.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10대 소녀가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다. 남자의사는 고무장갑을 끼고 수술중이다. 소녀의 얼굴은 처참하다.
카피도 "날카로운 메스에 갈가리 찢기어지는 소중한 나의 생명은 마지막 울음도 남기지 못한채 떠나간다. 온몸에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폐허가 된 어린 몸을 애써 가누며, 지금 서있는 이곳이 종점일거라 생각한다"로 충격적이기는 매한가지였다.
이 광고들은 그러나 곧 반발에 부딪쳤다.
기독교계통의 한 단체가 "충격적 영상과 광고문구를 통해 약물중독과 낙태를 정당한 것처럼 미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
그러나 회사측은 "자신들의 잣대로만 세상을 보는 어른들의 왜곡된 시선으로 세번째 광고 `학원폭력'편을 보류한다. 우리의 의도를 이해못하고 아이들을 망치는 광고 운운하는 삐뚤어진 일부 어른들의 눈이 더욱 걱정된다"는 반박광고를 내보냈다.
얼마전 출간된 `광고하나가 세상을 바꾼다'(도서출판 황금가지)도 이같은 해프닝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하며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필자인 카피라이터 김병희씨는 "이 광고가 폭로기법을 활용, 10대의 진실찾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독설과 아집을 있는 그대로 제시함으로써 비행 10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표출, 청소년의 상황을 사회적 담론으로 확산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