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젖은두만강] 추억여행+악극여행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5시 22분
위험을 무릅 쓴 사랑으로 자식을 살려낸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악극 한편이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스포츠조선이 뮤지컬 보기운동 50번째 무대로 극단 가교, 극단 신시 그리고 SBS와 공동 주최, 다음달 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눈물젖은 두만강'이 그것.
국내의 내로라하는 악극 전문 스태프진과 연기진 그리고 악사들이 출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품격의 완성도 높은 대중극의 진수를 선보인다.
지난 93년 `번지없는 주막'으로 시작, `홍도야 울지마라' `굳세어라 금순아' `울고 넘는 박달재'에 이어진 악극 시리즈 다섯번째 무대로, 지난 공연에 비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중견 김상열이 작, 연출을 맡아 단순한 신파조의 악극에서 벗어나 작품의 공간 배경을 만주벌판으로 옮기고 주제도 독립문제와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확대했다.
여기에 유동길의 웅장한 무대미술, 박상규의 고전미 넘치는 안무, 조문수의 시대 정서가 물씬 풍기는 의상도 관심을 끈다. 극의 주 무대는 1930년대 중국 상해와 경성 그리고 두만강.
피를 흘리며 들어온 독립군을 헛간에 숨겨주고 상처를 치료해 주며 서로의 사랑을 키워 가지만, 친일파 오빠의 밀고로 정애는 사랑하는 남자를 두만강 나룻배에 태워 떠나 보낸다.
독립군을 숨겨준 죄로 일본헌병대에 끌려간 정애는 모진 고문과 아버지의 목숨을 요구하는 일본군의 협박에 못이겨 사랑하는 남자의 정체를 밝힌다.
남편없이 홀로 아이를 낳은 정애는 시부모를 찾아 경성으로 간다. 그러나 젊은 부인과 재혼한 시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에 손자를 반길 여유가 없고, 생각없는 시어머니로 인해 정애는 어린 아들을 부잣집 양자로 보내야만 한다.
핏덩이 아들과 생이별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중국 상해로 건너간 정애. 그녀는 고급 주점 흑룡강에서 밤무대 가수로 일하던 중 일본헌병 대장의 암살을 목적으로 숨어 들어온 조선인 청년에게 야릇한 애정을 느낀다.
본능적으로 알아본 아들, 그러나 그 역시 일본 헌병에게 쫓기는 몸. 꿈에도 그리던 자식을 살리기 위한 정애의 선택, 그것은 죽음 뿐이었다. 결국 정애는 두만강 푸른 물에 영원히 잠들어 사랑하는 남편의 뒤를 따른다는 게 극의 흐름.
질곡의 역사 속을 하얀 눈발처럼 날리며 살아온 한 여인의 애닯고도 가슴 저린 인생 유전이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비극의 주인공인 두만강 뱃사공의 딸 남정애역에 권소정, 독립군 첩보장교 김승빈역에 양재성이 출연해 비련의 부부애를 그려내며, 아들 김민우역에 태민영, 일본 헌병대장역에 극단 대표인 최주봉이 가세한다.
또 남정애의 아버지에 박인환 김진태, 김승빈의 아버지에 윤문식이 등장하며 박승태 최연식 김정숙 하인수 차기환 박종상을 비롯해 20여명의 배우들이 출연, 앙상블을 이룬다.
12인조 악단이 `눈물 젖은 두만강' `떠날 때는 말없이' `청춘 블루스' `아내의 노래' 등 주옥같은 트로트 가요 20여곡을 들려줄 이 무대는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의 시간을,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관극 체험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연 시간은 매일 오후 4시, 7시 30분. 전화예매(02)369－1571 공연안내(02)369－2911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