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14)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5시 22분
[지난 줄거리]
대국에게서 평화적으로 정권을 넘겨받은 팔철은 정권인수 초반에는 대국과 참모 쌍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사파리를 통치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욕심이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대국이 마치 왕족이라도 되는 양 암컷을 거느리며 산다는 게 싫었던 것이다. 게다가 최대 라이벌인 마당쇠가 부상으로 `강제은퇴'한 마당에 굳이 `전관예우'를 하며 대국을 잡아둘 필요가 없었다.
팔철은 쌍대에게 대국 제거 명령을 내린 뒤 사파리의 새로운 위계질서를 세운다. 한편 사육사들의 도움으로 사파리에 복귀한 마당쇠는 여전히 1대2로 싸워서 이겨야 왕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현실에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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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옆방에서 팔철이 암컷과 시시덕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친 마당쇠는 사파리에 출근하고픈 마음도 없었다.
복귀하기 전에 간이방사장과 아파트에서 재기를 위한 몸부림을 할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막상 힘겨운 실정을 깨닫고 나니 온몸에서 기운이 쫙 빠지는 것을 느꼈다.
목표를 잃으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힘이 없게 마련이다.
바로 마당쇠가 그랬다.
팔철이라는 벽을 도저히 넘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던 것이다.
패트롤카는 그날 아침 마당쇠를 출근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팔철을 비롯한 쌍대 등 집권층은 `즐거운 아침'을 노래하며 암컷들을 거느리고 사파리로 나갔지만 마당쇠만은 간이방사장에서 꼼지락거리며 자꾸 뒤로 처졌기 때문이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억지로 사파리에 끌려나온 마당쇠는 관람객버스가 다니는 `메인 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 밑에 배를 깔고 누웠다.
한때 대권을 노리며 눈에 불을 켜고 있던 위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시간이 빨리 흘러 아파트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눈치였다.
팔철과 쌍대 등 `잘 나가는 놈'들은 밤새 참은 정욕을 발산하느라 아침부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렇게 사느니 한번 붙자. 1대2든, 1대3이든 좋다.'
마당쇠의 눈에서 갑자기 불이 번쩍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