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성재 4단●안조영 4단
기사입력 1998년 01월 19일 13시 56분
제8보(150∼210)＝백이 전보의 대바꿔치기로 득을 보고 반상최대의 곳 50으로 밀고 들어오니 미세하나마 백의 우세가 확정됐다. 중반까지 팽팽하게 맞서오던 국면은 흑의 섣부른 응수타진이 화를 자초했고, 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전광석화같은 바꿔치기로 단숨에 우세를 거머쥐었다. 실로 이 4단의 승부감각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50 이하 66까지 끝내기는 백의 독무대. 그래놓고 백 68, 자체로 5집이 강한 끝내기이자 두터운 자리. 그러나 국후 이 수론 74의 곳에 끼워 흑 76, 백 82로 흑 한점을 취하는 것이 변화의 여지를 없애는 확실한 끝내기였다고 이구동성.
크기로 보면 68이나 74의 곳이나 엇비슷한 끝내기지만 백이 74의 곳을 두지 않음으로서 이후 국면은 또 한차례 경천동지할 대바꿔치기의 회오리를 맞게된다.
흑 73이 최후의 승부수. 74의 곳이 정수지만 밋밋한 패배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73으로 밀고 들어가 상대를 자극한다. 안 4단의 `승부끼'가 느껴지는 장면인데 여기서 이 4단은 한술 더 떠 백 74,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이 수로 `가'에 받으면 흑 82, 백 88로 아무 탈도 없다.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두집'을 손해보니 견딜 수 없다. 미세한 국면인 만큼 그렇게 되면 승부도 이상해진다.
흑 75로 뚫자 한 치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국면이다. 백은 76으로 흑 여섯점을 잡고 죽었던 중앙 다섯점이 부활했고, 흑은 93까지 좌변 백의 보고를 마음대로 유린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끝내 백의 편에 있었다.
흑이 사력을 다한 국면 뒤집기를 시도했건만 이 바꿔치기로 승부차는 더욱 벌어졌을 뿐이다. 정확히 말해 1집반 정도 흑이 손해본 결과였다고.
참고로 흑 99 때 백은 [참고도=1]로 단수치고 싶은 유혹을 받는 곳. 그러나 하변에서 선수로 한집을 낼 수 없어 백말은 살 수가 없다. 110수 다음 30여수가 더 진행되었으나 흑이 반면 1집을 남겼다. 이후 진행은 총보로 미룬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