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 '프로는 뭐라도 달라야지요'
기사입력 1998년 01월 18일 15시 46분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간판타자인 배리 본즈는 왼쪽 귀에 매단 십자가형 귀고리가 트레이드 마크.
본즈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선 이처럼 귀고리를 단 선수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반면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국내 스포츠계에선 머리에 염색한 경우는 있어도 귀고리를 한 선수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선수가 운동장에서 귀고리를 하고 경기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주인공은 OB `재간둥이' 정수근（21）.
요즘 정수근과 만나는 사람들은 대뜸 "어！"하는 첫마디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왼쪽 귀에 조그마한 귀고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수근의 귀에 구멍이 생긴 것은 지난 95년.
전지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에서 재미교포 집에 놀러갔다가 순전히 호기심으로 귀를 뚫어 놨었다.
정수근도 처음에는 귀고리를 한다는 게 영 쑥스러워 2년간은 조용히（?） 지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특유의 `끼'가 발동, 금과 은으로 된 귀고리 3개를 산뒤 매일 번갈아 가며 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가지각색.
"이쁘다", "특이하다"는 말도 있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재수없다"며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멋있다는 얘기가 더 많아 자신감을 얻은 정수근은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팀훈련에서도 대담하게 귀고리를 하고 다니며 신세대다운 패션감각을 자랑중이다.
작년 시즌에는 빨간 머리 염색을 하는 등 워낙 `튀는' 행동이 많은 정수근이라 선배나 코치들도 대체로 이해를 하는 분위기.
"이젠 `개성시대'잖아요. 조만간 제 등번호 8자가 새겨진 큐빅 귀고리를 장만할 생각입니다."
정수근은 "장신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선 야구를 더 잘 해야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