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16)콘돔
기사입력 1998년 01월 18일 15시 46분
`시린지와 콘돔, 모든 이의 희망에 따라 등장하다'.
1706년 영국에서 나돌던 광고다. 시린지란 펌푸가 달린 비데(부인용 국부 세척기)를 말한다. 이 광고는 시린지와 콘돔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을까.
콘돔은 실로 여성들에게 반갑기 짝이 없는 물건이었다. 콘돔은 여성해방사의 한 장을 기록할 멋진 주인공인 것이다.
콘돔을 발명한 사람은 영국 찰스2세(1630∼1685)의 한 시의(侍醫)였다. 그는 콘돔을 발명하여 기사의 칭호까지 받았다.
그가 발명한 콘돔은 그러나 요즘의 것과는 매우 달랐다. 새끼양의 맹장을 잘라내 만든 것이다. 당시의 콘돔 메이커들은 새끼양의 창자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그늘에 잘 말린 뒤 유지와 밀기울로 무두질을 하여 콘돔을 만들어냈다.
완제품을 보면 길이 19㎝(서양인들이 길다고는 하나 이 정도는 아닐 것 같고 아마 개인사정에 따라 접어 쓰지 않았나싶다), 폭 6㎝였다. 콘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께인데 불과 0.038㎜.
이 콘돔은 한쪽은 열려 있었고, 당연한 말이지만 또다른 한쪽은 막혀 있었다. 구멍이 열린 쪽에는 예쁜 리본으로 장식까지 했다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발명품을 두고 영국인과 프랑스인은 서로 떠넘기기를 했다. 콘돔을 발명한 당사자인 영국인들은 이 물건을 `프렌치 레터'로, 프랑스인들은 `영국 미인'으로 부르곤 했다.
콘돔은 영국이 세계무역으로 부를 축적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20세기초 유화고무가 발명되어 오늘날 볼 수 있는 고무콘돔이 출현하기 전까지 영국은 전세계 콘돔시장을 석권했다.
IMF 한파 속에서 서흥산업이란 한 콘돔회사가 케냐 보건부의 콘돔 국제입찰에서 6천600만개의 수출계약을 따냈다는 낭보가 들려온다.
이 회사는 작년말에도 세계보건기구에 2천500만개, 유엔인구활동기금(UNFPA)에 2천만개의 콘돔 수출을 수주하는 개가를 올렸다고 한다.
이제 세계 콘돔시장을 한국이 석권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