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7번기 시대' 막 내린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18일 15시 46분
한국 바둑사에 `7번기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7번기는 7판을 싸워 4판을 이긴 사람이 타이틀을 차지하는 도전기 대국 방식이다.
마지막 양대 7번기인 왕위전과 기성전은 올해부터 나란히 7번기를 5번기로 줄이기로 했다.
기성전은 현재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이 격돌하고 있는 이번 제9기 도전기부터 7번기의 간판을 내리고 5번기로 진행하고 있다.
본선 리그전을 펼치고 있는 왕위전도 올 가을 예정된 도전기부터 5번기로 개최하기로 결정, 사실상 7번기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
7번기쯤은 돼야 진정한 승부가 가능하다는 기존의 `명분'을 버린 셈이다.
대신 급증한 기전수에 따른 프로기사들의 과다 대국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현실론'을 택하게 됐다.
7번기는 지난 25년 일본이 제5기 본인방전부터 채택했다. 현재 조치훈 9단이 혼자 쥐고 있는 대삼관(일본 3대타이틀:기성,명인,본인방)이 한판당 2일짜리 대국으로 7번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7년 국수전이 7번기의 원조. 처음에는 7판을 다 두어, 당시 조남철 5단이 민영현 2단에 7대0으로 이겼다.
그러나 국수전 7번기는 2년만에 막을 내렸다.
국수전에 이어 왕위전도 제2기(67년) 대회를 7번기로 치렀다. 그러나 이듬해 폐지했다가 지난 81년에 부활시켜 지금까지 국내 최장(17번)의 7번기 시대를 열었다.
7번기는 이후 기왕전이 제7기 대회인 지난 82년부터 8년간, 기성전이 창설 첫 해인 8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대회를 치렀으나, 올해부터 다시 바둑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