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음악회] 초대권 남발 좌석 잡기 전쟁
기사입력 1998년 01월 18일 15시 46분
1.6대 1. 대학입시 경쟁률이 아니다. 예술의 전당 주최, 문화체육부 후원으로 지난 16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98신년음악회의 좌석경쟁률이다.
좌석경쟁률? 이 희한한 용어 앞에서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음악회는 지정좌석제가 상식이기 때문.
그런데 이날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시내버스나 지하철처럼 `먼저 앉는 게 임자'인 소동이 벌어졌다. 이유는 단 한가지. 티켓을 관리한 문체부에서 초대권을 남발한 것이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총 2천 600여석. 그중 합창석을 뺀 2천 300석 중 1천200석은 초대권 관객으로 채울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체부는 무려 1천800여 장이나 배포했다.
오랜만에 귀한 음악회 티켓을 손에 쥔 관객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고, 계단에 쪼그려 앉는 것으로도 모자라 까치발로 서서 감상하기까지 했다. 보조의자라도 차지하면 그나마 행운. 아예 입장하지 못한 100여명은 집으로 되돌아갔다.
주한호주대사관 마틴 홉스 참사관은 좌석을 찾아 2, 3층 객석을 헤매고 다녔고 최만린 국립현대미술관장, 모 언론사 사장은 로비에서 발길을 돌렸다.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아무데나 빈 좌석에 앉으라"는 안내대로 빈 자리에 앉았던 한 40대 남자관객은 공연 시작 직전에 입장한, 유료관객에게 좌석을 빼앗겨 쫓겨나고 말았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얼굴 붉히며 삿대질을 해봤자 버스는 이미 떠나버린 후. 행여 자리를 빼앗길세라 휴식시간에도 그대로 눌러 앉아 있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부모와 함께 온 최형석군(17)은 "황당하다. 1년에 5∼6차례 공연장을 찾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아무리 초대권이라지만 좌석 지정도 안해줘 이렇게 도떼기 시장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서야 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신년음악회는 일반인들에게 문호를 대폭 개방, 전석 초대권으로만 채워 `그들만의 음악회'로 치른 예년에 비해 한 걸음 발전된 연주회였지만 초대권 남발로 빛을 잃었다.
문체부는 "서서 보더라도, 티켓만 있다면 내년에도 다시 오고싶다"는 최군같은 음악애호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이번 신년음악회를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