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여보야!7월이면 생이별도 끝이야'
기사입력 1998년 01월 17일 15시 41분
@…`만나자 이별'이라더니 이들 만큼 이별의 아픔을 자주 겪는 사람도 드물다.
울산 합숙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유상철（27） 김태영（28） 윤정환（25） 이기형（24）은 이른바 `월드컵 별거'중인 신랑들이다.
결혼한지 이제 2∼8개월. 아직 한창 깨가 쏟아질 시기에 색시들을 덩그러니 집에 혼자 두고 나온 마음들이 편할 리 없다.
코끝에 스치는 바닷내음에도 신혼의 추억이 아련히 되살아날 시기. 그러나 이들은 요즘이 차라리 낫다고 말한다.
정신없이 뛰고 구르고 녹초가 되고나면 `아픔'을 느낄 새가 없다는 것이다.
눈만 뜨면 훈련이요, 하루 훈련이 끝나면 눈꺼풀이 천근 만근처럼 짓누른다. 피로 탓인지 아내가 나타나는 꿈도 꾸지 않는다.
주전자리를 확고히 한 유상철과 윤정환은 그래도 나은 편. 신혼 2개월째인 유상철은 임신 2개월의 아내와 하루 3통 이상 안부전화를 주고받는다.
윤정환은 아예 핸드폰을 끼고 산다. 발로는 자전거 튜브로 다리 근력운동을 하면서도 아내의 전화를 놓칠새라 늘 `비상대기' 상태다.
그러나 아내들은 투정한다. 결혼후 함께 지낸 시간이라야 길어야 2주니 그럴만도 하다.
작년 4월에 결혼한 이기형은 `아내'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굳어진다. 신라호텔에서 첫날밤을 지낸 뒤 이튿날부터 재개된 `월드컵 이별'이 벌써 8개월째. 집에 들어간 날이 많아야 한달 정도다.
게다가 선배 김정혁에게 주전자리까지 위협받고 있어 심기마저 불편하다.
김태영은 훈련 첫날 허리를 다쳐 아직도 운동장만 돌고 있다. 몸과 마음이 다 아프다.
그래도 이들은 `월드컵 별거'를 말없이 받아들인다. 이별은 잠깐이지만 월드컵 발자취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속으로 외친다.
`색시야 기다려라, 7월이면 다시 신혼이다.'
[울산＝김동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