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선우 배번요구에 보스턴 '항복'
기사입력 1998년 01월 17일 15시 41분
★…뉴욕 메츠 서재응의 등번호는 98번, 중국에서 행운의 숫자로 통하는 8과 9를 합친 작품이라고 한다.
지난 12일 입단식을 마친 LA 다저스 정 석의 배번도 98번.
98년 입단해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한다는 뜻에서 단 번호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김선우는 32번을 댄 뒤켓 단장으로부터 약속 받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까지 줄곧 32번을 달았던 김선우는 작년 11월 신체검사 등 입단절차를 밟기 위해 보스턴을 방문했을 때 이런 요구를 했다.
"32번 안 주면 보스턴에서는 안 뛸 거예요."
당시 32번은 임자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경력 10년의 투수 크리스 해먼드（32）.
지난 몇년 동안 선발과 중간계투를 들락날락거리며 지난 93년 두자리승수（11승）를 포함, 통산 46승 53패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그러나 당장 김선우의 스카우트가 급했던 뒤켓 단장은 32번을 빼앗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해먼드는 보스턴의 선수 엔트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프리에이전트여서 부담도 많고 자잘한 부상에 시달리는 등 활용가치가 떨어진다는 구단의 판단에 따른 것.
김선우의 막무가내식 요구와 구단의 요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케이스다.
고려대 후배인 김선우로부터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한 이상훈도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이상훈이 자신의 우상인 애틀랜타 좌투수 톰 글래빈의 번호인 47번을 선호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보스턴의 47번은 제이슨 배리텍（26）이라는 포수다.
하지만 배리텍은 작년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겨우 메이저리그 1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별 볼일 없는 선수.
이상훈도 우기기만 하면 47번을 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파워'가 메이저리거를 밀어내는 시대가 찾아온 셈이다.
[전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