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15)흥연환
기사입력 1998년 01월 17일 15시 41분
`반금련은 붉은 입술로 서문경의 귀두를 물었다. 그렇게 하는 사이 관중지정(管中之精)은 흡사 수은이 관 속에서 용솟음치듯이 흘렀다. 반금련은 이것을 입으로 받았다. 그러나 정(精)은 그칠 줄 모르고 최후로 피를 뿜어냈다. 서문경은 정과 피가 다 나가자 냉기를 느꼈다.'
소설 `금명매'의 한 대목. 플레이보이 서문경이 색녀 반금련에게 홍연환이라는 정력제를 얻어먹고, 처참하며 그로데스크한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홍연환은 옛날 중국사람들이 미약 회춘제 정력제로 애용하던 환약의 일종이다.
이 홍연환의 재료가 희한하다. 어린 소녀의 깨끗한 월경을 금은(金銀) 용기에 받아 이것을 오매수(烏梅水)로 갠 것이 바로 홍연환.
오매수는 또 뭔가. 반쯤 익힌 매실을 검은 연기로 훈제해 7도에서 건조시킨 뒤 분유 송진 등의 분말을 섞어 또다시 가열, 정제해 만든 것이 오매수다.
약효가 얼마나 센지는 몰라도 중국의 황제 가운데는 이 홍연환을 복용하다 목숨을 잃은 경우가 적지 않다.
명조의 세종. 홍연환이라면 환장하던 음란방탕의 황제였다. 세종은 홍연환을 만들기 위해 동녀(童女) 300명을 후궁에 모아놓고 월경혈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세종은 홍연환을 과도하게 복용해 제 명까지 못살고 일찌감치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 뒤를 이은 목종. 역시 대단한 홍연환 중독자였다. 그는 환관 풍보라는 자의 꾀임에 빠져 홍연환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미약을 열심히 먹고 부지런히 색을 밝히다 재위 6년만에 후다닥 죽고 말았다.
또 그 뒤를 이은 황제 만력제. 그 역시 홍연환을 복용한 그날 밤 갑자기 죽는 비운의 황제가 되었다.
또 그 뒤를 이은 태창제. 재위 1개월이 채 안되어 급사했다.
이 모두가 홍연환의 복용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정력제와 회춘제로 쓰이던 미약 중에는 금단(金丹)이란 것도 있었다. 당의 황제 가운데도 이 금단을 먹고 수백∼수천의 후궁들과 생이별한 왕이 무려 6명이나 됐다.
세상이 어수선해서인지 최근들어 필로폰 사범이 부쩍 늘고 있다. 복용자 가운데는 필로폰을 쾌락의 정원으로 안내해주는 미약으로 여겨 손에 대기 시작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스포츠조선 사회면에 이틀에 걸쳐 연재됐던 `수사비화 X파일_마약꽃뱀'편도 그런 부나비들의 비참한 말로를 그대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경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