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태] '계곡중심부서 무조건 탈출'
기사입력 1998년 01월 17일 15시 41분
겨울산에 눈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풍부하게 쌓인 눈은 멋진 풍경과 함께 새로운 등반루트를 제공하는가하면 글리세이딩(눈위로 미끄러져 내려오기) 같은 낭만적인 하산즐길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눈은 때로 위험한 악마로 변한다.
최근 설악산 토왕골 눈사태는 눈의 악마적 측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8명이 매몰된 이 사고는 69년 `죽음의 계곡 10동지 사고'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낳았다.
눈사태는 험한 곳을 오르는 전문등반가만 노리는 것은 아니다.
설악산처럼 협곡이 많고 경사가 심한 곳에 일반등산로가 뚫린 산은 극히 위험해 폭설이 내리면 무조건 산행을 포기하는 것이 상책.
그렇다면 부득이 산행중 폭설을 만났을때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설악구조대 고문 한재원씨(44·강원도 인제군 원통)는 무엇보다도 계곡의 중심에서 되도록 벗어난 곳을 야영지로 택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눈은 물처럼 골짜기는 타고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사면에 쌓인 눈이 무게를 못이겨 무너지는 눈사태는 대부분 느닷없이 터지지만 나무들이 부러지거나 눈의 표층이 모래처럼 흘러내리는 등 징조를 보이기도 하므로 이럴때는 주저없이 피해야한다.
일단 눈사태에 휩쓸리면 산위쪽으로 헤엄치듯 움직이는 것이 실낱같은 생존의 가능성을 잡을 수 있는 방법.
더 이상 균형을 잡지 못할 상황이라면 최후의 수단으로 몸을 웅크리고 손으로 입과 코 부분을 감싼다.
몸을 웅크리는 것은 사태가 끝난 뒤 눈속에서 운신하기 좋은 자세를 잡기 위한 것이고 코를 감싸는 것은 눈속에서 호흡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동료가 묻힌 곳을 정확히 알 경우 코펠 등 그릇을 동원해 파내야하는데 여러명이 힘주어 무 뽑듯 꺼내다 허리를 크게 다치게한 사례도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대규모 사태일 경우 일렬로 서서 탐침봉으로 매몰 예상지역을 차근차근 찔러보며 매몰자를 찾아야한다.
우왕좌왕 움직이다가는 매몰자가 확보한 최소한의 공간마저 없애버리는 잔인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