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춘향전'과 '아마티스타'
기사입력 1998년 01월 16일 15시 31분
＃1(가상신). 대법원 특별X부는 X일 "춘향전이 음란 간행물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국내 고전 작품일지라도 우리 도의 관념에 반하면 음란물"이라며 "특히 춘향전을 음란물로 규정한 것은 다음과 같은 대목 때문"이라고 밝혔다.
X도령님 허허 웃고, "그뿐인 줄 아느냐. 또 있지야. 궁자(宮字) 노래를 들어보아라. "애고, 얄궂고 우습다. 궁자 노래가 무엇이오." "너와 나와 합궁(合宮:남녀간의 성교)하니 한평생 무궁이라. 이 궁 저 궁 다 버리고 네 양각(兩脚:두 다리)새 수룡궁(水龍宮:여자의 성기)에…."
춘향이 반만 웃고, "그런 잡담은 말으시오." "그게 잡담 아니로다. 춘향이, 우리 둘이 업음질이나 하여 보자." "애고, 참 잡성시러워라. 업음질은 어떻게 하여요."
업음질 여러번 한성부르게(한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업음질 천하 쉽니라. 너와 나와 활씬 벗고 업고 놀고 안고도 놀면 그게 업음질이제야." "애고, 나는 부끄러워 못벗겄소." "에라, 요 계집아히야, 안될 말이로다. 내 먼저 벗으마…."
도령님 춘향 옷을 벗기려 할제, 청학이 난초를 물고서 오송간(梧松間)에 늠노는 듯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다 담숙 안고, 기지개 아드득 떨며 귀뺨도 쪽쪽 빨며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같은 혀를 물고….〉
대법원은 "춘향전이 비록 우리 조상들이 사랑방에서 즐기던 고전 작품일지라도 바로 이런 성애 묘사 때문에 음란물"이라며 "특히 이몽룡과 성춘향은 나이가 16세라는 점 때문에 `빨간 마후라'를 제작한 청소년에 버금가는 악질 문제아"라고 덧붙였다.
＃2(가상신). 한편 춘향전의 작가인 미상씨(未詳氏)는 이번 판결에 불만을 품고 "문화 예술에 관한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고 공약했던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앞으로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현실신). 대법원 특별2부(주심 박준서 대법관)는 지난 13일 "아르헨티나의 작가 알라시아 스테임베르그의 소설 `아마티스타'가 음란 간행물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외국 작품일지라도 우리 도의 관념에 반하면 음란물"이라며 이같이 판시했다.
＃4(현실신). 소설가 이외수씨는 소식을 전해 듣고 "우리나라 법관들은 예술은 모르고 외설만 안다"고 크게 개탄했다.
＃5(가상신). 한편 발간 당시 음란물로 매도됐다가 후일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게 된 `채털리부인의 사랑' `롤리타' `북회귀선'의 작가 DH 로렌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헨리 밀러 등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우리가 이미 오래전 겪었던 검열의 악몽이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한국에서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후세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