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당근' 포기한 삼성의 거품빼기
기사입력 1998년 01월 16일 15시 31분
삼성이 본격적인 개혁에 들어갔다.
그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겠다는 일념으로 엄청난 예산을 투자했던 `부자' 삼성이 `거품빼기'에 나선 것.
창단 이후 채찍 대신 `당근'이란 옵션을 계속 제공해와 "저러다가는 제풀에 망할 것"이라는 혹평을 받아온 삼성이 주장 양준혁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 신청하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사실 양준혁은 1억7천만원에 계약이 확실시 됐으나 전수신 구단대표가 연봉 1억5천만원（보너스 1천만원 포함）으로 못박는 바람에 조정 신청을 하게 된 것.
전대표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서게 된 것은 과거와 같은 옵션 계약으로 `복마전'과 같은 인식을 불식시키고 투명한 연봉 협상으로 구단운영을 쇄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지금까지 삼성은 선수들과 연봉 계약때마다 다른구단에 비해 후한 인상과 옵션까지 덤으로 얹는 등 형평성에서 선수들을 크게 우대하는 불공정 협상을 해왔다.
성적이 좋고 나쁨에 상관 없이 다음해의 연봉 시작 가이드라인을 미리 정하는 옵션을 남용해 구단은 매년 연봉협상때 선수들에게 발목을 잡혀 말한마디 못하고 `억지 계약'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면계약은 `선수생명 단축'과 `특정선수 봐주기'의 부작용이 연결돼 결국 팀워크 부재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곤 했었다.
작년 주전급선수 대부분과 옵션을 맺은 삼성은 올시즌 연봉협상에서도 적잖은 마찰이 예상됐었다.
구단은 올해부터 `이면계약'을 깨끗이 청산한다는 결심을 여러차례 밝히며 연봉 협상에 나서 비교적 순탄한 연봉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핵심멤버인 양준혁 신동주가 구단의 연봉 제시액을 거부하는 등 선수들의 저항도 만만치않다.
아무튼 삼성의 거품빼기는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 삼성 야구단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꼭 해야할 과제라는 점에서 구단의 과감한 개혁은 박수받을만한 일이다.
[임진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