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정민태-조스트롱 '초컬릿 브라더스'
기사입력 1998년 01월 15일 15시 28분
★…"우리가 왜 이제야 만났을까?"
현대 정민태(28)와 조 스트롱(36)이 만난지 며칠 되지도 않아 찰떡 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둘의 첫 대면은 지난 8일 경기도 원당구장 구내식당의 점심식사 때.
선발 에이스와 마무리가 빨리 친해지라는 뜻으로 마주 앉게 했는데 정민태는 스트롱이 곰탕 국물에 밥을 척척 말아 깍두기를 얹어 먹는 걸 보고 "뭐 이런 친구가 있나"라고 생각했단다.
이후 일주일을 같이 지내는 동안 둘은 `의형제'를 맺었다.
서로 이름대신 `브라더'라고 부르며 정민태는 8세 연상의 스트롱을 깍듯이 형으로 대접한다.
두 사람은 닮은 점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피부색부터 비슷하다.
팀에서 제일 새카만 정민태와 스트롱이 나란히 서 있으면 말 그대로 `초콜릿 브라더스'다.
스트롱의 유니폼 바지도 정민태가 빌려준 것.
아직 유니폼이 지급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정민태의 바지만 맞춘 것처럼 꼭 맞았다.
매일 하는 5㎞ 러닝 때 꼴찌는 예외없이 둘의 차지.
늘 꼴찌를 도맡아 하던 정민태는 이제 외롭지 않게 됐다고 좋아했지만 사실은 달리기를 잘 하는 스트롱이 자신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뒤처지는 걸 알고는 마음이 찡했다.
스트롱이 25평짜리 아파트를 구해준다는 구단의 제의를 고사하고 인천 옥련동의 1군 독신자 숙소에서 어울려 살기로 한 것도 "선수들과 빨리 친해지라"는 정민태의 충고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손짓 발짓만으로 하루종일 조용히(?) `수다'를 떠는 스트롱과 정민태는 올시즌 한가지 약속을 했다.
정민태가 선발로 나간 게임에서 스트롱이 2이닝 이하를 던져 세이브를 따내면 저녁을 사고, 대신 2이닝을 넘어가면 정민태가 지갑을 열기로 했다.
"우린 전생에 기막힌 인연이 있었나 봐요."
죽이 맞는 친구가 생겨 신이 난 정민태의 말이다.
[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