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스트레스 해소 '공포 체험관' 인기
기사입력 1998년 01월 15일 15시 28분
자신의 담력을 체크할 수 있는 이색 공포체험관이 등장, 신세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이대입구 빌리지 건물 4층 사이버랜드내 공포체험관.
헤드폰을 쓰고 손을 해골처럼 생긴 버저에 갖다 댄 4명의 젊은이들이 쉴새없이 비명을 질러 댄다.
헤드폰에서는 자신의 성을 찾아온 사람들을 지하에 가두고 고문하는 그란디쉬 백작의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문 여는 소리, 발 구르는 소리, 천둥 소리 등 갖가지 효과음향과 곁들여져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들 괴성은 칠흑같은 암흑과 가끔씩 돌출되는 빛과 어우러져 헤드폰을 낀 사람에게 마치 그란디쉬 백작이 등 뒤에 바싹 붙어 실제로 목을 조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5분간의 공포체험을 끝낸 이들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체험관 옆에 마련된 컴퓨터 프린터 앞으로 다가간다.
해골처럼 생긴 버저가 손댄 사람들의 공포 상태를 시간대별로 측정해 수치와 그래프 형태로 출력해놨기 때문.
공포반응 곡선은 순진무구형, 침착냉정형, 변덕스러운 형, 청개구리형, 통제불능형, 주위산만형, 허세부리는 형, 둔감형 등 8가지로 세분돼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방학을 맞아 놀러왔다는 유리나양(오마중학교．15)은 "더 듣고 있다가는 심장이 멎을 것 같아 아예 헤드폰을 벗어 버렸다"며 "출력지를 보니 담력지수에 `이 겁쟁이. 도중에 해골에서 손을 뗐지? 숨겨도 소용없어. 전부 보고 있었다구'라고 써 있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말 오픈한 이곳은 하루 100∼150여명의 젊은이들이 와 공포체험을 하고 간다고.
이용료는 1천원인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식은땀을 흘리고 나면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려버린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말이다.
공포체험관을 운영하는 (주)프로토피아의 이성남 실장은 "애인의 담력을 체크하겠다며 일부러 찾아오는 여성들도 꽤 있다"며 "밖으로 나온 뒤 서로 비웃거나 놀리는 장면을 종종 목격한다"고 말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