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배치도 복고풍?
기사입력 1998년 01월 15일 15시 28분
`뒤통수가 따가워요'.
IMF한파가 직장인들의 뒤통수까지 괴롭히고 있다.
새해를 맞아 `긴장해서 열심히 뛰자'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사무실의 책상배열을 이른바 `수험장'식으로 재 배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서울 그랜드백화점 판촉팀의 경우 지난해 말 수험장 형태로 책상배열을 바꿨으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광고회사 P&P도 올초 시무식이 끝나자마자 원형으로 돼 있던 책상들을 옮겨 학교 교실처럼 직렬로 배치했다.
또 이는 상황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체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수험장식 배열은 상급자가 사원들의 뒤통수를 보게 돼 있는 형태로서 과거 60∼70년대 경제 급성장기의 대기업 사무실에서 볼수 있었던 책상 배치 스타일.
수험생들이 앞을 보고 앉아 시험에 열중하는 동안 감독관은 뒤에서 이를 지켜보게 돼 있는 배열이어서 사무실의 분위기를 긴장시키고 집중력도 키우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직원들은 뒤통수에 쏟아지는 상급자의 눈총이 따갑기만 하다.
실직 걱정으로 가뜩이나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데 여기에 감시당하는 듯한 기분까지 맛봐야 한다는 것이 그리 상쾌하지 않다는 것.
그랜드백화점의 한 직원은 "상관의 시선에 신경을 쓰다 보면 사무실 분위기가 경직되기 십상"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자리 배치는 직원들이 틈틈이 즐기던 여가선용에 종지부를 찍었다.
뒤에서 굽어보는 상사의 시선을 의식,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오락이나 PC통신 채팅, 인터넷 등은 아예 꿈조차 꿀수 없으며 얼마전 붐이 일었던 PC통신 증권투자도 못하게 돼 버렸다.
P&P사의 한 간부는 "최근 인사이동이 있어 이 참에 책상배열도 조금 바꿨을 뿐"이라며 "하지만 이를 계기로 조금 더 분발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험장식 책상배열은 80년대 들어서면서 `권위주의적'이라는 지적이 일어 광고회사나 유통업체 등 자유로움과 활동을 중시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를 대신해 원형이나 일자, 마주보기 배치가 유행을 했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