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성재 4단●안조영 4단
기사입력 1998년 01월 15일 15시 28분
제5보（78∼100）＝두 대국자 모두 지난기엔 2차예선전에서 좌초되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이 4단은 의외의 복병인 여류 권효진 초단에게 덜미가 잡혀 탈락했는데, 당시 `대왕전'도전자로 나서며 한창 주가가 치솟은 상태였던 만큼 지난기 예선전의 가장 큰 이변으로 기록된 한판이었다.
안 4단은 2차예선 2회전에서 강적 양재호 9단을 꺾어 돌풍을 예고했지만 2차예선 결승전에서 윤현석 4단의 벽에 막히고 말았다. 그 판을 이긴 윤 4단은 본선에서도 승승장구, 4강까지 오르며 이번기 본선시드권을 확보한 바 있다.
백 78에 흑 79는 뒤따라가는 감이 있지만 생략할 수 없는 곳. 여기서 백 80이 묘한 응수타진. 흑도 `가'로 잇기엔 무겁고 주문같아 81로 실리를 벌면서 최대한 버틴다. 그런데 백 82가 좀 성급했다. 그냥 90으로 공격한 뒤 흑의 태도를 보는 것이 묘미가 있던 곳.
흑이 83, 85로 또다시 버틴 뒤 89로 끊어오자 백의 실리손실이 눈에 띈다. 백 90은 타이밍이 늦은 감은 있지만 좌변 흑말의 공격과 `나'의 축머리를 겸한 수. 그러나 흑은 좌변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91, 93으로 일단 당겨놓고 배짱을 부린다.
만약 백의 공격이 신통치 못하다면 80, 90으로 잃은 실리손실이 끝까지 부담이 될 듯하다.
백 94는 궁여지책. 보기에 따라선 성동격서의 일환이다. 흑도 섣불리 응수하다간 좌변 말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것. 그런데 백 96 때 흑 97은 신중함이 너무 지나쳤다. 백에 어떤 자극도 가하지 않으면서 하변도 고수할 그런 의양이었으나 오히려 백에 수단의 여지를 남긴 수였다.
여기선 [참고도] 흑 1로 끊는 강수를 행사할 곳. 물론 10까지 하변의 출혈은 감수한다. 그 출혈은 별 게 아니며 무엇보다 이렇게 두텁게 처리했어야 앞으로 국면을 풀어나가기가 수월했다. 100까지 백의 거미 그물망이 의외로 탄력이 있어 뵌다. [참고도] 9△의 자리.
[해설．김재구 8단]